세계랭킹이 879위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체불가의 흥행성과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1·미국)가 마침내 온다. 메이저대회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79승을 거둔 우즈는 지난해 8월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을 공동 10위로 마친 뒤 두 차례 허리 수술과 재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5개월의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 무대는 오는 12월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바하마의 알바니 챔피언십 골프장에서 열리는 히어로 월드챌린지다.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우승상금이 100만달러(총상금 350만달러)나 되고 성적이 세계랭킹 산정에 반영되는 PGA 투어 공인 이벤트 경기다.
◇“나 안 죽었다”는 우즈, 뭔가 보여줄까=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복귀전을 준비 중인 우즈의 연습 모습을 바하마발 기사로 소개했다. 우즈는 현지 날짜로 지난 토요일인 26일 바하마에 도착해 9개 홀을 돌았고 27일에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2시간30분 정도 스윙 연습을 했다. ESPN은 우즈가 첫 마디로 “죽지 않았다(I’m not dead)”고 말했다며 그의 연습과 클럽 테스트 과정이 순조로워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즈는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날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다양한 클럽을 사용해 좌우측으로 (드로와 페이드 구질의) 샷을 만들 때에도 불편함이나 통증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지난 2월 시뮬레이터(스크린골프)에서 9번 아이언 샷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4월에는 골프 클리닉 행사에서 드라이버 샷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5월16일에는 한 자선행사에서 웨지 샷을 세 차례 연속으로 물에 빠뜨린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15년 전처럼 스윙을 하더라”는 베테랑 선수 예스퍼 파네빅(스웨덴)의 전언이 나왔지만 당초 복귀전으로 잡았던 PGA 투어 세이프웨이 오픈 개막을 사흘 앞두고 불참을 결정했다.
긴 공백 때문인지 복귀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미국 골프채널의 렉스 호가드 기자는 “올해 말 41번째 생일을 맞는 우즈가 정상급 선수 18명이 나오는 이번 대회에서 스코어카드를 손에 쥔다면 큰 진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권하지 않고 4라운드를 마치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의미다. 도박사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날 유럽의 베팅업체인 북메이커가 진행 중인 베팅에 따르면 ‘우즈가 2017시즌 우승할 것’에 걸었을 때의 배당률은 +800(100달러를 걸어 적중했을 때 800달러를 받는다는 의미)으로 ‘2017년 안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배당률 +3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배당률이 높으면 그만큼 확률을 낮게 본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우승 확률보다 은퇴 가능성을 높게 예상한다는 뜻이 된다.
◇골프백 속에는 뭘 넣고 나올까=복귀전 성적 못지 않게 팬들의 시선은 우즈가 어떤 ‘신무기’를 쓰느냐에 쏠린다. 1996년 나이키와 후원 계약을 맺은 후 경력의 대부분을 나이키 골프용품과 함께했던 그는 나이키가 최근 골프채와 골프볼 제조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장비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이날 ESPN과 골프닷컴 등 외신들은 우즈가 “골프볼은 브리지스톤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즈는 “장비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볼”이라며 “볼만 정하면 나머지 부분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지스톤 관계자에 따르면 우즈는 이 회사의 B330 볼을 시험 중이며 사용이 유력한 상황이다. 우즈가 사용했던 나이키 골프볼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브리지스톤 골프볼 공장에서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방식(OEM)으로 생산됐다. 미국 PGA 투어의 프레드 커플스, 맷 쿠처, 브랜트 스네데커, 그리고 괴짜 신예 브라이언 디섐보(이상 미국) 등이 이 볼을 쓰고 있다.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는 테일러메이드 제품으로 연습해온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우즈는 나이키와 계약하기 이전인 아마추어 시절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이날도 아이언은 나이키 제품으로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어떤 아이언으로 교체할 것인지가 관심을 모으게 됐다.
한편 우즈는 지난달 복귀를 늦춘 상황에 대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2주 전에는 나흘 연속으로 코스에서 실전 훈련을 했다”는 그는 “이제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됐다(I’m ready to go)”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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