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여 방안을 마련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명확한 퇴진 시점을 밝히라”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천명하지 않을 경우 9일 탄핵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비박계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해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4일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퇴진시기 언급 문제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렇게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공식화하면 야당은 ‘즉각 퇴진’으로 응수할 것이고, 이 경우 대통령은 다시 ‘국회가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도돌이표 상황을 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7일까지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미리 입장을 정하기보다는 정치권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청와대는 여당 비주류가 탄핵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국회 의석 구조상 탄핵안이 가결되기 어려운 만큼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대선’이라는 새누리당 당론을 토대로 여야가 합의해주길 바라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을 위해선 임기 단축을 통해 개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비주류가 아닌 당 지도부 회동, 4차 담화를 통한 박 대통령의 직접 언급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직 “현재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 원칙만 고수하다가는 결국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게 되고, ‘질서있는 퇴진론’의 출구를 스스로 봉쇄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비춰지고 있다. 다만, 청와대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7일까지는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해진 게 없다. 대통령이 여러 상황을 고심하고 계시니 지켜보자”고 전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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