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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가결] 담담한 금융시장..."정국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 요인"

코스피는 차분, 코스닥 테마주는 요동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9일 금융시장에 큰 혼란은 없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뉴욕증시의 상승에도 탄핵 표결 결과에 대한 경계감으로 약보합세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정치테마주들이 요동을 치며 연속 1%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 하락한 2,024.69에 장을 마감했다. 주요 투자주체들의 거래가 전날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 개인이 1,20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70억원, 567억원 순매수했다. 특히 기관은 탄핵가결로 시장이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상승에 베팅하는 KODEX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257억원 사들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전날 2% 가까이 급등한 영향으로 시장은 하루 정도 쉬어가자는 성격을 띠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일부 경계감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은 정치 관련 테마주들이 상승세를 이끄는 모습이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9.73포인트(1.66%) 오른 594.35에 마감했다.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묶이는 대성파인텍이 29.82%나 오르며 상한가에 마감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테마주로 분류된 서전기전도 19.75% 올랐다. 대성파인텍은 사내이사가 문 전 대표와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다는 점에서, 서전기전은 전력설비 업체로 반 총장이 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한 대북 송전을 제안한 적이 있어 테마주로 묶였다. 셀트리온(2.14%), 카카오(4.06%), CJ E&M(5.21%) 등 주요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시총 상위 13개 종목들이 모두 상승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큰 폭의 오름세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211%로 전일 대비 0.048%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연장 탓에 장중 10원 가까이 올랐지만 오후 들어선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물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5원 오른 1,163원에 거래가 시작돼 나흘 만에 상승 출발했다. ECB가 당초 내년 4월 종료 예정이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게 원인이다. 오전 10시48분경 9원50전 오른 1,168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 상승 폭을 줄이더니 전일대비 7원40전 오른 1,165원9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ECB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상승 개장했지만 1,170원 위로 치고 올라갈 재료가 없어서 원·달러 환율이 장 내내 왔다 갔다 했다”며 “탄핵이 가결됐지만 정국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오히려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해외 요인에 의해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되면서 금융시장이 조용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국은 그럼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국내 정치 리스크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노침초사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은보 부위원장 주재로 정책 현안회의를 열어 탄핵에 따른 비상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총리 대행 체제로 전환될 경우 일주일 단위의 시장 안정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국내외 시장 이벤트의 파급 효과와 대처방안, 관련 정책의 발표 시점 등을 미리 검토해 혹시나 요동칠 수 있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도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선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한 대책이 논의됐다.

/박준호·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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