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경기 이천시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어 “변화하지 않으면 돌연사한다”며 CEO들에게 혁신을 거듭 당부했다.
생존을 위한 변화에 대한 최 회장의 절실한 의지가 알려지자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사장단인사가 지난 2014년 이후 최대폭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회사 성장의 명운이 걸린 인수합병(M&A)에 실패하거나 올해 저조한 실적을 낸 사장들이 인사 태풍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SK는 통상 11월 말께 CEO 및 임원에 대한 성과 평가를 마무리하고 12월 중순에 인사를 단행했으나 올해는 11월 말에 인사 조치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최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초 오는 16일께로 예상됐던 사장단인사 시기를 다음주 이후로 조정하는 것은 물론 인사폭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삼성과 롯데그룹은 연례적으로 12월에 실시하던 임원인사를 내년 1월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SK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최태원 회장이 10월 중순 CEO 세미나를 열 때까지만 해도 대대적인 쇄신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내부 분석이 많았지만 최순실 사건 이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SK는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 및 최 회장 사면 등과 관련해 최순실이 주도한 각종 사업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외풍(外風)에 맞서 일단 조직을 추스르는 쪽으로 인사 방향을 설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장단의 ‘투톱’인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정철길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역시 모두 유임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인사 이후 맡게 될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최 부회장은 7월 가석방돼 10월 법정 형기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경영복귀가 가능하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에게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글로벌성장위원장을 맡기는 방안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에너지·화학위원회 △ICT위원회 △글로벌성장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계열사 중에서는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박성욱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 사장은 2013년 2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아 4년째 회사를 진두지휘해왔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인사 관계자와 규모 및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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