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장기화될 양상을 보이면서 계란 값이 오르고 있고 작황 부진으로 월동채소 수급마저 불안해져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에 따른 가금류 살처분으로 계란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소비자 가격평균을 살펴보면 지난해 평균 5,416원이던 특란 중품 한판(30개) 가격은 지난달 5,648원, 이달 초 5,826원까지 치솟았다.
도매가격이 오르자 대형마트 3사에서도 지난 8일부터 계란 가격을 평균 5% 정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에서 알찬란(30구/대란)은 6,280원, 일판란(30구/특란)은 6,480원, 롯데마트에서는 무항생제 행복대란(30입/대란)이 6,300원에 팔리고 있다. 프리미엄 또는 1등급 브랜드를 달고 있는 계란이 아닌 일반 계란도 개당 소비자가격이 200원을 넘어선 셈이다.
더욱이 AI가 사상 최대 피해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다 도살 처분된 가금류의 70% 가까이가 산란계(알 낳는 닭)여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란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가격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의 경우 11개 지점에서 모두 8일부터 1인당 계란 구매 수량을 한 판(30개)으로 제한할 정도다. 트레이더스의 계란 한 판 가격은 5,810원으로 대형마트 동일 상품보다 10~15% 싸다.
계란뿐만이 아니다. 월동채소마저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여름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파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6일 기준 당근 도매가격은 20㎏당 6만6,943원으로 전년 동월(1만8,460원) 대비 무려 262.6% 급등했다. 지난해 한 해 평균값보다도 220% 높다. 양배추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양배추 가격은 6일 기준 8㎏당 1만4,035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5.3% 폭등했다. 양배추 한 포기당 보통 2㎏인 점을 고려하면 포기당 3,500원 정도다. 무 역시 김장철이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가격(12월6일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175.3% 치솟았고 감자와 대파·마늘도 각각 21.1%, 24.1%, 9.5%씩 가격이 올랐다. 월동 무는 생육기인 10~11월 잦은 강우로 일조시간이 평년(186시간) 대비 42% 줄면서 작황이 부진해 가격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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