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달러화가 지난달 중순에 이미 11%가량 과대평가됐으며 미국 금리 인상과 재정을 동원한 부양책이 달러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윌리엄 클라인 선임 연구원은 달러 강세 기조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에 달한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오는 2021년에는 4%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무역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달러화 강세를 중국이나 유럽연합(EU) 등 교역 파트너들의 탓으로 돌리면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 한 교역 담당 관료는 FT에 “달러화 강세가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로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받는 통화 압박도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나이지리아와 카자흐스탄 등이 강달러의 압박을 못 견뎌 페그제를 포기한 데 이어 홍콩이나 사우디 등도 페그제를 유지하느라 큰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 페그제는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의 움직임에 연동시키는 제도로 페그제 도입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 급락하면 달러화를 풀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달러 강세에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자본지출 압력이 증가하는 등 페그제 유지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 홍콩달러와 사우디 등 일부 중동 국가 통화의 페그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달러화 강세 압박에 페그제를 포기한 나이지리아의 경우 나이라 가치가 이후 30% 이상 폭락하고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물가상승률이 18.3%에 달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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