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 측은 이날 참고자료를 배포해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여야정이 함께 만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면 각 정당별로 회동해 의견을 나누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심오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황 대행의 지시를 받아 이날 오전 야3당 대표 비서실장과 통화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야3당은 지난 13일 황 대행이 국회와 협의 없이 ‘선을 넘는’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권한 범위와 국정 수습을 논의하기 위한 야3당 대표-황 대행 간 회동을 제안했다.
황 대행이 야3당의 제안에 ‘정당별로 만나자’고 역제안한 배경에 대해 총리실 측은 “야3당 대표들의 제안에 대해 황 대행이 심사숙고했고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계 원로들이 전달한 소통 확대에 대한 조언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행의 이번 역제안은 새누리당 계파 갈등에 따라 여야정 회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내놓은 카드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야당은 이정현 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이고 이 대표 등 현 지도부는 오는 21일 일괄 사퇴할 예정이라 이날 이후 새누리당의 협상 파트너가 누가 될지도 불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 대행은 야3당 대표를 한꺼번에 만날 경우 협공을 당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시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보고 야3당 대표를 따로따로 만나기로 한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 대표들의 회동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호락호락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수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행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요 정당 대표들이 권한대행을 만나 협치 개념으로 논의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를 쪼개서 만나자는 것은 궁색한 역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당별 회동이) 임시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여야정 협의체로 만나는 게 바람직하지만 새누리당의 친박 대표 때문에 안 될 경우 황 대행과 각 당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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