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열쇠인 AI 분야에서 중국에도 뒤처진다는 사실은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AI 특허 상위 10위권에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인공지능학회(AII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38건의 AI 논문을 발표해 미국(326건)에 이어 2위에 올라 양강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다. 중국은 범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플러스 인공지능 3년 계획’을 마련해 2018년까지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쏟아붓고 바이두·텐센트 같은 IT 대기업들이 과감히 선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대기업들은 변변히 내세울 만한 특허도 갖지 못한 채 벤처나 스타트업의 협소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지능정보기술연구소(AIRI)를 세워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중국의 물량공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보다 과감한 투자와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글로벌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AI 기술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조차 수집하기 어렵다며 규제 철폐를 부르짖는 업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 유학생들이 귀국 후 미국 대학교나 실리콘밸리와의 공동연구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는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세계 AI 시장은 내년에 1,6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확실한 대표주자가 없어 지금 추격에 나서더라도 늦지 않는다. 정부와 산업계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한국판 AI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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