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신당 보수세력 재편 시도=우선 비박 신당이 보수세력 재편의 중심에 서는 시나리오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합종연횡을 통해 친박과 비박이 다시 뭉칠 수 있다며 이번 비박계 탈당을 ‘위장이혼’으로 보는 시각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서 “정치권에서는 ‘위장이혼’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양쪽이 보수라는 가치에서는 일치한다”면서 “대선은 우파와 좌파의 이념적 대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의기투합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곤 경희대 교수는 이번 탈당에 대해 “보수 세력이 다시 체제를 갖추는 중간단계가 아닐까”라며 “지금 새누리당 가지고는 보수를 아우를 수도 없고 건전보수 이미지를 주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과정(비박계 탈당)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탈당하더라도 그게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범보수·중도보수 대연합이 되려면 외연을 넓혀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나 안철수까지 아우르는 제3지대에서 각각 세력화 후 모여 ‘중도보수 대연합’으로 귀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의 재건을 넘어 중도보수까지 아우르는 보수대연합 단일후보로 대선에 나서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제3지대 주도권 경쟁 가능성=다른 한편으로는 친박계가 독자 후보를 내세우며 견고하게 기존 위치를 지킬 경우 비박계 신당이 제3지대 주도권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파 그룹이 제3지대에 군불을 지펴왔고 국민의당이 호응하는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의석 수만 놓고 봐도 비박계 신당이 34석(김용태 의원 포함)으로 국민의당(38석)과 별 차이가 없어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혈투가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자당 주도로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제3지대 후보를 모두 영입한 후 내부 경선을 통해 최적의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비박계 신당은 유승민 의원 등을 독자 후보로 내세우거나 반기문 총장을 영입해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영입도 추진해 비박계 신당 주도로 제3지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비박계 신당과 국민의당이 제3지대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한 경쟁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비박계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다시 당 전면에 나서면 보수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어 후보 단일화는 물론이고 당대당 통합도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새누리당은 위축될 가능성=35명의 비박계가 탈당하면 새누리당 의석 수는 93석으로 지난 총선 직후와 마찬가지로 2당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내년 대선을 위해서는 독자 후보를 내야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친박이 대선 후보를 못 낼 가능성도 있다. 이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정 안 되면 서청원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등 당 내부에서 후보를 추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들이 비박 진영에 몰려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선 과정의 흥행에서 소외돼 새누리당은 ‘대구경북(TK)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덤덤한 더불어민주당=지지율이 확고한 대선 후보를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겉으로는 덤덤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의 분당이나 정계개편 등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대선 때까지 새누리당의 분당이나 제3지대 정계개편 등 여러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내년 대선은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 비박계 신당 후보, 새누리당 후보 등이 어떻게 합종연횡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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