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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소소한_취미생활] <6>독일에서 날아온 차 한잔

■독일 茶 브랜드 '티게슈벤트너'에 빠지다

덕질에 차를 곁들여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아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저는 늦잠에서 깨어나 우아하게 우롱차를 우려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광화문 집회에 나갈 준비를 하겠죠(…)

오늘의 덕질 품목은 차(茶, tea)입니다. 워낙 세상은 넓고 덕후가 많아 저의 소소한 취미생활은 그들의 덕에 이르지 못하지만, 최근 꼭 소개하고 싶은 차가 생겼거든요.





일단 저는 열광적인 차 매니아는 아닙니다. 중국어 전공이라 북경에서 연수하면서 잠시 맛을 들였지만 귀찮더군요. 그래서 가끔 겨울에 내킬 때 잎차를 우려먹는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거의 티백. 해외 출장갈 때마다 꼭 마트에 들러 사 온 티백들이 대부분이었죠. 겨울에는 홍차 녹차 허브티 등을 주로 마시고 목마른 여름에는 과일향 등이 가향된 차를 우린 후 얼음을 잔뜩 투하해 시원하게 마십니다(냉침이라고 하죠!). 아래 사진은 최근 저의 차 라인업입니다. 독일과 베트남과 중국 출장에서 직접 사온 차, 직구한 차, 선물로 받은 차.

독일과 베트남과 중국 출장에서 직접 사온 차, 직구한 차, 선물로 받은 차.


찻잎을 담아두는 통과 지인이 유럽에서 사다준 빌레로이앤보흐 주전자, 북극곰&노란잠수함 티 인퓨저. 저의 비루한 다구(茶具)입니다.


맨 첫번째 사진처럼 북극곰 인퓨터는 차 위에 동동 떠다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습니다.


그러다 지난달쯤, 웹서핑하다 우연히 티게슈(Teegschwendner)라는 독일 차 브랜드를 알게 됐습니다. 티게슈벤드너인지 티게슈벤트너인지 궁금했는데 독일 티게슈 TV 광고를 찾아본 결과 티게슈벤트너로 발음하는 듯하더군요.

티게슈는 독일의 차 전문 브랜드입니다. 1978년 설립돼 지금은 미국 등 7개국에 진출해 있다네요. 2008년 세계 차 박람회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도 합니다. 독일 브랜드답게 편안하고 실용적이고 그러면서도 맛있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매장. 언젠가 가게 되면 정신 못 차릴 것 같습니다.




티게슈 TV 광고입니다. 독일어지만 뭔 얘긴지 알 것 같죠? 우리나라가 맥심이나 카누 광고하듯 저 나라에선 잎차 브랜드를 광고합니다. 부럽습니다….

국내 차 덕후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티게슈 차는 ‘구운사과’ 입니다. 티게슈는 기본적인 홍차, 녹차, 우롱차부터 여러 향을 덧입힌 수백가지 차를 팔고 있죠. 그 중에 구운사과는 정말 설탕, 계피와 같이 조린 사과 같은 냄새가 납니다. 물론 직접 마셔보기 전엔 알 수 없으나 차덕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믿고 저도 티게슈 독일 홈페이지를 찾아 직구에 나섰습니다.

독일 홈페이지에 접속해 언어를 영어로 바꾸면 됩니다. 미국 홈페이지도 있지만 독일 홈피보다 종류가 적다네요.


국내 배송에 비해 배송비도 적지 않으니 이왕이면 한 몇 가지 주문해봤습니다. 대학교 때 학교 앞 찻집에서 종종 마셨지만 어쩐지 지금은 구하기 힘든 밀크우롱(우롱차인데 고소한 우유향이 납니다), 그리고 어느 블로거가 인생 최고의 차라고 울부짖은 ‘크림’입니다. 독거 싱글이다보니 많은 양이 필요없어 우선 종류별로 100g씩 주문해 봅니다.

총 300g의 가격은 23.4유로(약 2만9,500원). 직배송도 가능하지만 저는 배대지 업체의 쿠폰이 있어 배대지를 통해 배송받았습니다. 쿠폰을 먹인 결과 배송비는 14달러(약 1만7,000원). 차 가격과 배송비까지 합해 4만6,000원쯤 든 셈입니다. 스타벅스의 톨사이즈 아메리카노 12잔 정도 마시는 가격이네요. 잎차 좀 드시는 분이면 아시겠지만 차 300g이면 하루 두 잔씩 마셔도 반 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후 11일이 지나 기다리던 택배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차 세 종류와 맛보기용 진저브레드티, 찻숟갈이 부록으로 왔네요.

‘sahne’가 크림, 맨 오른쪽 차가 구운사과입니다. 구운사과와 크림은 홍차+녹차 베이스에 이것저것 추가해 만들어졌습니다.


구운사과 개봉샷. 리얼 사과 조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여러분!


저는 그동안 가향차에 대해 별 기대가 없었는데요. 예를 들어 한 십여년 전쯤 국내에도 진출했다 망한 일본 가향차 브랜드 ‘루피시아’도 그랬고 별로 어른의 차(죄송합니다 어른스러운 척)는 아니란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티게슈의 이 차들은! 이 차님들은!! 신세계였습니다.

차 마시고 이래본 적 있어요? 전 있어요


구운사과는 딱 생각했던 그런 느낌의 향이었습니다. 그보다도 크림은 정말 위의 저 블로거님께 감사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죠. 차가 이럴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인들에게도 마구 시음시킨 결과 하나같이 감탄하더군요. 그렇게 먹이고 나눠주다 보니 100g따위 금방 사라져서 곧 제 것과 지인 선물용까지 넉넉히 재주문할 예정입니다.

워낙 티게슈 차의 종류가 많다 보니 앞으로 1, 2년은 여기 차만 마셔도 끝이 없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메모해 둔 다음 차 후보는 ‘스트로베리 크림’, ‘문 팰리스’, ‘버터밀크와 레몬’, ‘크림 카라멜’, ‘루바브 크림’, ‘그린 코코넛’, ‘메이플’ 등입니다.

차 이름부터가 너무나도 차덕심(茶덕心)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여러분. ‘소공녀’, ‘작은 아씨들’, ‘빨간머리 앤’ 을 읽으면서 달콤한 이국의 맛을 상상하던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당밀 입힌 사탕, 폭신폭신한 흰 빵, 케이크나 파이 같은 것들요. 물론 지금은 해물전이나 간장게장이 더 좋습니다만(…).

이번 겨울 저는 사랑스러운 차와 함께 소소한 취미생활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만화책+차, 영화+차, 레고+차, 퍼즐+차, 즐거워보이지 않습니까. 모든 덕질과 차는 잘 어울리는 듯하네요. 그리고 크림향, 구운사과향이 감도는 속에서 가끔은 저의 지나온 인생을 반성해보고 미래도 꿈꿔볼 것 같습니다. 동화를 읽던 어린 시절에 그랬듯이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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