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들은 요즘 위안화 환율 변화에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언제까지 또 얼마만큼 곤두박질칠지 몰라서다.
최근 미국의 달러화 가치 상승 추세를 보면 위안화가 새해 들어 달러당 7위안선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인데 도대체 가치 하락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 속도는 얼마나 가파를지 도무지 짐작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환율 변화에 민감한 현지 기업인과 주재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 채 환헤지와 환테크에 관심을 높이며 올 초 벌어졌던 중국 금융 시장의 요동이 조만간 또 한 차례 재연될 지 염려하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최근 중국의 외환유출 흐름과 달러화 가치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초 중국 외환 시장에서 또 한 차례 격랑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국채 가격 급락과 일부 금융사의 채권보증 위조서류 파문 등 금융 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특히 현지 궈하이증권의 한 직원이 가짜 인감도장으로 대규모 채권 거래 계약을 체결해 손실을 끼친 사건은 중국 증시는 물론 금융 시장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된 손실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보상 절차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가 판매했던 차오싱그룹의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까지 터지면서 중국 채권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진 상태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그룹 차오싱의 계열사가 발행하고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판매한 채권상품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물론 금융 시장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더구나 디폴트 금액이 170억원대로 차오싱그룹의 자산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달 초 이후 연이어 터진 채권 시장 소동은 중국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임을 방증한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 들어 중국의 회사채 부도 건수가 55건으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채권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올 들어 발생한 중국 기업의 채권 디폴트 규모가 400억~500억위안 안팎으로 지난해 채권 디폴트 액수(97억위안)의 네 배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궈하이증권뿐 아니라 중국 금융사 전반에 인감 위조 등의 불법 거래가 넓게 퍼져 있는 것 아니냐며 중국의 금융 시스템 신뢰성을 또다시 도마에 올리고 있다.
채권 시장뿐 아니다. 외환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에 외환유출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간 환전 한도 5만달러 제한에 걸려 있던 달러화 환전 대기 수요가 1월에는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외환유출 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혔던 달러 환전 수요가 일시에 터져 나오면서 내년 1월에는 달러당 7위안의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순식간에 급격한 평가절하마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의 외환유출 통제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켜 외환유출 도미노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중국의 지도부 교체 움직임 등 정치적인 변수까지 겹쳐져 새해 중국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전문가들조차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위에서 짓누르는 중국 정부 당국의 압력과 튀어 오르려는 시장 수요의 반발력에 의해 짓이겨진 공은 결국 약한 쪽으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다. 그 방향이 어디일지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힘의 균형이 깨질 때 중국 금융 시장은 또 한 차례 대 격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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