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에는 국내 증시가 6년간 갇혀 있는 박스권(1,850~2,100포인트)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증권사들이 예측한 코스피지수 상단은 2,350선까지 올라왔지만 새해는 워낙 굵직한 대내외 이벤트가 많아 지수 상승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2017년 코스피지수 밴드의 상단은 2,150~2,350선, 하단은 1,800~1,900선이다.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한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코스피가 1,900~2,3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전망치이기는 하지만 코스피 상단 2,350선은 2011년 4월2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231.47포인트)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세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증시 체질 개선을 통해 새해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해 2,350선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11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도 코스피가 순탄한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반기에 집중된 대형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당장 1월부터 대통령 탄핵 변론절차가 시작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변론기일이 1개월, 전체 심판이 약 2개월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월까지 국내의 불안한 정국이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6월 안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밖으로는 변수가 더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1월 중순 공식 출범한다. ‘강한 미국’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초 어떤 정책들을 내놓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시절부터 줄곧 주장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어질 경우 수출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변동성도 강해지며 외국인 매매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될 미국의 경제 및 금리 전망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시장은 2017년 미국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횟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국내 증시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경착륙 여부와 독일·네덜란드·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정치 선거가 집중돼 있는 점도 2017년 한 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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