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늘 스마트폰이었다. LG전자의 지난 2010년 4·4분기 적자폭은 2,457억원이었고 당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적자는 2,747억원에 달했다. 6년 후인 지난해 4·4분기, LG전자는 353억원의 적자를 봤고(분기 기준), MC 사업본부의 손실액은 5,000억원에 육박했다. MC 사업본부의 지난해 전체 손실 규모는 1조2,000억원을 넘는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전자는 G3 이후 내놓는 전략 스마트폰마다 줄줄이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손실을 키웠다. G4·G5·V10은 물론 지난해 가을 출시된 V20도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LG전자가 최초로 모듈형으로 제작한 G5는 지난해 약 300만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작인 G4(450만대), G3(600만대)보다 적은 숫자다.
게다가 지난해 후반부터는 디스플레이 가격이 상승하며 TV 사업의 이윤도 감소했고 생활가전 마케팅 비용도 늘었다. LG전자가 미래 신성장 엔진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부품(VC) 사업본부도 지난 분기 손익분기점에 머물거나 소폭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가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오른 14조7,819억원을 거뒀으면서도 6년 만에 적자 전환한 배경이다. LG전자는 2015년 4·4분기 매출 12조5,170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올렸다.
이제 LG전자의 관건은 올 한 해 동안 MC 사업본부가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가 여부다.
MC 사업본부는 지난해 대대적 구조조정을 벌였고 상당수 임직원을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홈엔터테인먼트(HE)·VC 같은 다른 사업본부와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타 계열사로도 이동시켰다. 보다 슬림한 조직으로 거듭난 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맞춰 경쟁력 있는 소수 스마트폰 모델만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전략 스마트폰 G6를 공개한다. G6는 G5의 모듈형 디자인을 과감히 버리고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G6의 흥행은 ‘적자의 늪’에 빠진 LG 스마트폰의 존폐가 달린 문제다. 이와 관련,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 MC 사업본부의 영업적자는 전년보다 크게 축소된 4,41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LG전자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LG전자 VC 사업본부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지도 관심사다. LG전자가 배터리 팩과 모터 등 주요 부품의 공급 업체로 참여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순수전기차(EV)인 볼트EV가 지난달 출시됐다. 올해 볼트EV는 전 세계에서 3만대가 팔리며 LG전자 VC 사업본부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VC 사업본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도 있다.
여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LG 시그니처 같은 호화 가전들의 매출 상승이 뒷받침되면 LG전자가 다시 성장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특히 LG전자가 차세대 TV의 국제 표준으로 밀어붙이는 OLED TV는 소니·파나소닉 같은 유력 TV 제조사들이 동참하면서 대중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어컨 사업도 비성수기인 4·4분기를 넘어서면 이익구조가 훨씬 나아진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 분기에 비용을 털어내며 바닥을 다진 듯하다”며 “조성진 부회장의 원톱 경영을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경우 올해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부품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실적을 훌쩍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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