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요란한 음식점 개업행사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간판이 달라져 있다. 어떤 음식점은 골목 구석에 꼭꼭 숨어 있는데도 많은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끈다.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허건(사진) 행복한가게연구소 소장은 11일 “자영업시장은 구조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성공존(zone)에 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기회요인과 강점을 살릴 수 있을 때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7 자영업 트렌드’의 저자이기도 한 허 소장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국내 대기업 등에서 전략기획 전문가로 일하다 자영업 컨설팅 분야로 넘어온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말하는 기회요인과 강점을 풀어쓰면 이렇다.
기회요인은 외부환경의 변화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네이버가 개인창작자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지원정책을 자신의 장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개인창작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인 ‘프로젝트 꽃’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매년 1만개의 신규 창업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강점은 자영업자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말한다. 음식점이라면 맛이나 매장 분위기가 될 수 있다.
허 소장은 “자영업자라면 인스타그램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이는 고객과 소통을 하고 최신 소비자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산의 한 팥빙수 사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새로운 메뉴 개발 아이디어를 찾았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은 무엇일까. 많은 자영업자들은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허 소장은 “고속성장 시대에는 분명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열심히 보다는 자신만의 무기를 들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자가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며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치킨대학 사례를 들었다.
허 소장은 “과거 어느 시점에는 분명 치킨대학만 수료해도 나름의 성공존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구역이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치킨집을 하더라도 스스로 메뉴를 개발하거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기역량을 갖추지 않는다면 실패할 창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비자발적이고 유행만 좇는 창업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허 소장은 “‘럭키’라는 영화를 보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킬러 주인공이 칼을 잘 다루는 자신의 특성을 살려 조각 단무지를 선보였고 이것이 장사 대박으로 이어졌다”며 “성공하는 자영업자가 되려면 이 수준으로 올라가야 하지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창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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