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경영철학인 ‘SK경영시스템(SKMS)’을 최근 개정했는데 저희가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SK 신입사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행복 추구라는 핵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과감히 제거해 SKMS를 20페이지 분량으로 줄였습니다. 필요하다면 10페이지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영 철학에 대한 믿음을 가져주기 바랍니다.”(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년 만에 SK 새내기 사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SK의 전통인 회장과 신입사원의 대화 자리를 통해서다. SK는 지난 1979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신입사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룹 경영철학을 설명한 후 38년째 최고경영자(CEO)와 신입사원의 대화 행사를 열어왔으며 최 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최 회장은 그룹 경영철학의 핵심인 ‘행복한 성공’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성공해서 즐기고 누리는 것도 좋지만 이 과정에서 경쟁·물질·권력 등에 중독되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행복한 성공은 경쟁과 물질 등에 대한 탐닉을 절제하고 사회와 공동체에 기꺼이 성공의 결과물을 나누는 삶을 실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미래 주역인 신입사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 방안이 아닌 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평소 사회적 기업 육성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SK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SK는 최근 그룹의 경영 헌법 격인 SKMS를 개정하면서 ‘행복’을 핵심 키워드로 설정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누는 것은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한 뒤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과 함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