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잘나가는데 마냥 웃지 못하는 신세다.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25) 얘기다.
토트넘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웨스트브로미치와의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런던 홈경기에서 4대0으로 대승했다. 리그 6연승을 달리며 13승6무2패(승점 45)를 기록한 토트넘은 2위로 올라서 우승까지 넘보게 됐다. 선두 첼시와 승점 차는 7점으로 작지 않지만 최근 토트넘의 경기력이 워낙 좋은 데다 시즌 종료까지는 아직 17경기나 남았다.
잘나가는 토트넘에 손흥민의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지난 9일 정규리그 경기가 아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64강 애스턴빌라전에서 시즌 8호 골을 터뜨려 주전 탈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벤치멤버였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후반 44분에야 투입돼 고작 3분을 뛰었다. 앞서 20라운드 첼시전에도 후반 47분에 들어가는 등 정규리그에는 교체 전문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정규리그 6골 등 시즌 8골로 토트넘 이적 두 시즌 만에 두 자릿수 득점에 바짝 다가섰다. 문제는 토트넘의 전술과 동료들의 맹활약이다. 포백 위주 전술을 쓰던 토트넘은 스리백으로 전술을 바꾸면서부터 경기력이 크게 좋아졌다. 스리백 전술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과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핵심이다. 손흥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케인은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해 득점 공동 2위(13골)로 뛰어올랐고 알리와 에릭센은 도움 1개씩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의 역할이 중요한 포백 전술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판단이다.
그러나 케인의 부상 공백을 손흥민이 메웠던 것처럼 시즌은 길고 기회는 또 오게 마련이다. 토트넘은 다음 달에는 유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를 병행해야 한다. 사흘이 채 안 되는 간격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 일정도 있다. 케인·알리·에릭센 체제로만 팀을 운영하기는 부담스러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오는 22일로 예정된 토트넘의 다음 일정은 강호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