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3세 경영’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신임 회장은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조홍제 선대 회장의 기일인 16일 취임식을 가졌다. 조 회장은 이미 경쟁력을 갖춘 섬유 분야뿐 아니라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공업과 신시장인 정보기술(IT) 분야 등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 회장은 선대 회장의 묘소가 있는 경기 고양시 벽제기념관을 찾은 뒤 오후 마포 본사에서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날은 조 회장 본인의 생일이기도 하다.
신임 조 회장은 “효성의 새 시대를 여는 오늘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백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조 회장은 “효성을 경청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고객의 소리는 경영활동의 시작과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술로 자부심을 갖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임직원들이 사명감을 발휘해 만든 기술과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긍지를 갖게 되길 바란다. 기술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섬유사업은 조 회장이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그룹 영업이익의 40%를 내는 분야인 만큼 취임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 스판덱스는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 32%를 차지하는 시장 선두주자다. 스판덱스뿐 아니라 효성이 만든 신소재인 폴리케톤과 탄소섬유도 시장을 개척해 주력사업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성장세가 돋보이는 중공업 분야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중공업 부문은 지난 2014년 전까지만 해도 저가 수주와 원가 상승 등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중공업 부문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흑자전환을 이끌어냈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주문을 받고 전력 공급 효율을 높여주는 장비인 스태콤·ESS·HVDC 등의 공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공업 분야는 지난해 효성 영업이익 1조원을 이끈 주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조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인 IT 분야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계열사 중 현금인출기(ATM) 생산업체인 노틸러스효성이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1998년 미국에 ATM을 수출한 후 2013년 이후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요 인사를 만나 설득한 덕분에 BoA의 ‘차세대 지점 혁신 프로젝트’에 효성이 ATM 단독 공급자로 선정됐다. 효성의 ATM기는 이제 국내와 북미를 넘어 유럽과 중국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효성 IT 종합 솔루션 업체인 효성ITX도 눈길을 끈다. 조 회장은 2012년 효성ITX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후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IT 보안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효성 중공업 부문이 빅데이터·IT를 융합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솔루션 공급업체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효성ITX는 중공업 부문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외투자 확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만나 현지 인프라 사업 진출과 신규 투자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해온 ‘야구경영론’도 눈길을 끈다. 조 회장은 재계에서 ‘야구 마니아’로 유명하다. 미국 세인트폴스고 재학 시절 동양인 최초로 야구팀 주장을 맡았고 효성 입사 후에는 매주 일요일 효성 직장인 야구에 참가해 6년 연속 우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팀워크와 페어플레이 등 스포츠 정신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을 만들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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