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가 총동원된 영화 ‘어벤져스’에서 주인공 토르는 무적의 망치(몰니르)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악당을 때려눕힌다. 망치로 땅을 내리치면 섬광과 천지가 울리고 누구든 한 방에 쓰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휴대용 망치가 이런 위력을 발휘하려면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수천 수만배 강도를 갖춰야 한다. 과학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이에 가장 근접한 소재로 입을 모으는 게 바로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2㎚(10억분의 1m)로 얇고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강철에 비해 200배 이상 강하다. 그래핀이 우주에서 가장 얇고 강한 물체라며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래핀이 발견된 것은 스카치테이프 덕택이었다. 2004년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반복하는 방법으로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내는 데 성공해 노벨상까지 받았다.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 바로 그래핀인 셈이다. 그래핀은 흑연의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그래핀은 대량 생산이 어려울 뿐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구리보다 100배나 전기가 잘 통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차세대 반도체, 태양전지 등 미래산업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각국 정부가 그래핀 실용화에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그래핀 상용화 연구에서 중국과 함께 최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그래핀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획기적인 신소재”라며 한국을 그래핀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지목했다고 한다. 평소 북한 투자에 관심이 많은 그로서는 북의 풍부한 흑연자원과 한국의 첨단기술을 결합하는 시너지효과에 주목했을 법하다. ‘투자 귀재’의 예언이 맞아떨어져 그래핀산업이 우리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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