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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특검 칼날보다 무서운 民心...'反삼성 정서' 숙제 풀어야

<7-끝> 뼈깎는 변화 나서야

外道경영 견제 장치 미미했는지 되짚어보고

이사회에 외부인사 중심 거버넌스委 신설 등

조직 환골탈태, 4차산업혁명시대 대비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6시15분께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총수라는 명성과 지위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그림이었다. 어깨가 처진 이 부회장의 모습은 가감 없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최씨 측에 뭉칫돈을 전달한 것에 대한 혹독한 심판이었다. 이 장면은 ‘삼성의 창피’였고 ‘한국경제의 부끄러움’이었다. 국민과 소비자들이 삼성에 뼈를 깎는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은 “개방성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삼성그룹도 이번 사태를 뼈에 새기고 정경유착의 질긴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투명경영 결과물 내놓을 때=국민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스마트폰·TV 등에는 환호성을 보내지만 투명경영 실천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진다. 박영수 특검팀이 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특검의 칼날보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反)삼성’ 정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숙제가 삼성그룹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투명경영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회사도 삼성전자다. ‘외도(外道)경영’을 견제할 장치와 수단이 그만큼 미미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업이익 30조원을 달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투명경영에 나서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하기로 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사회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고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현재 사회공헌활동(CSR) 위원회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면서 이사회 결정사항과 제안들도 감독하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10대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포함해 한국 대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투명경영·정도경영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실제 지켜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삼성전자는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투명경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주주와 소비자,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업정서=삼성’ 잊지 말아야=삼성은 ‘반기업정서’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제는 왜 삼성이 반기업정서의 타깃이 되는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국회에는 삼성을 겨냥해 지주회사 전환을 제한하는 법안,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에 제약을 가하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재벌개혁에 동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는 국민 감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반기업정서를 친(親)기업정서로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삼성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삼성의 자화상일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이별을 고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은 정경유착, 부당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된 ‘흑역사’를 안고 있다. 2005년에는 정치권·검찰 등에 금품제공을 논의한 대화가 녹음파일 형태로 폭로된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터졌다. 2008년에는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소되는 위기도 있었다. 최순실 사태는 삼성이 아직까지 옛날의 구태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이 발을 잘못 딛는 외도경영을 할 경우 글로벌 시장은 삼성은 물론 한국 기업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줄기차게 반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회만 나면 삼성을 공격할 빌미와 구실을 찾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경쟁국들은 부패방지법을 무기로 삼성의 글로벌 사업과 프로젝트 참여에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앞으로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1조달러 인프라 프로젝트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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