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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빅뱅 해법 못찾는 한국]"양자FTA로" 新로드맵 만든다지만...컨트롤타워 없어 혼란 불보듯

메르코수르·멕시코와 양자FTA 우선체결 추진

통상서 안보까지 美 동시다발 압박에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거대경제권에 대한 관세철폐를 약속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미국이 2008년 TPP에 참여하며 열었던 메가 FTA 시대를 10년 만에 스스로 닫은 것이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를 볼 때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스케줄은 예상보다 빨라지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수입 비중이 가장 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한 후 TPP를 폐기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취임 후 곧장 NAFTA 재협상 선언을 하고 바로 4대 수입국 일본이 참여한 TPP 폐기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다음 타깃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독일(5위) 대신 한국(6위)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도 바뀌는 국제통상 질서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달 통상전략의 핵심을 여러 나라 경제권을 형성해 동시에 관세를 철폐하는 메가 FTA에서 다시 개별 국가 또는 경제권과 협정을 맺는 양자 FTA로 옮기는 ‘신(新)통상로드맵’을 발표할 방침이다. 24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통상 로드맵에는 다자에서 양자로 가는 큰 흐름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무역정책의 윤곽이 잡히기 전에 최대한 빨리 신통상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바뀐 흐름을 반영해 국익을 높일 수 있는 시장과 양자 FTA를 우선 체결하는 전략을 앞세운다. 우선 1·4분기 남미 최대경제권 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미 최대 경제국인 멕시코와의 FTA 협상도 재개할 예정이다. 멕시코와 메르코수르와의 FTA는 우리의 경쟁력이 뛰어난 제조업 분야 개방에 이들 국가가 소극적인 태도로 나와 각각 2008년, 2009년 중단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거친 무역·통상정책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자 이 국가들도 각자도생을 위해 우리와 시장 개방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통상정책만으로는 거세지는 트럼프식 통상·무역정책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새 전략은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생존할 방안을 담은 것이지 정작 외교·군사적으로 최대 우방이자 두 번째 경제교역국인 미국이 내놓는 다각적인 압박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통상에 더해 안보까지 확산될 수 있다. 트럼프는 줄곧 주한미군 주둔비를 우리가 100% 부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압박에 방어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이 필수다. 피해가 적은 카드를 내주고 파장이 큰 한미 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회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 추가 부담금은 우리가 쓸 유리한 패가 될 수 있다. 부담금은 약 9,000억원. 우리나라 예산(약 400조원)으로 볼 때 크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국가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탄핵되며 부처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상황. 정치권은 4당으로 찢긴 상태다. 각 부처가 눈치를 보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부처 이기주의가 발생할 경우 위안부 협상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과 같은 외교 갈등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안보 문제를 언급했는데 안보 문제를 잘 다지는 게 경제 등 다른 부문 관계에도 득이 된다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처들이 몸 사리기에 돌입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중국과 NAFTA·TPP 등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미운 국가들을 순서대로 압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언급이 없다”면서 “우리 차례도 아닌데 먼저 손을 들어 매를 맞을 필요가 있느냐”고 전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도 “TPP는 발효도 안 된 협정이고 NAFTA는 20년이 넘어 어차피 재협상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며 “서로 이득을 본 한미 FTA를 미국이 콕 짚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이태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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