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께 용돈을 넉넉하게 드리는 것도 좋지만 건강 상태를 잘 살펴보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흔한 질환 중 하나가 관절염이다. 앉았다 일어날 때, 차에 타고 내릴 때, 계단 등에서 내려올 때 무릎에 통증을 느끼거나 힘들어하시면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65세 이상 노인의 66%(척추), 38%(무릎관절)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다. 손·발가락 관절이 붓고 아프며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해져 움직이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조조(早朝)경직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손가락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보통 5~10분 안에 풀어진다.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조조경직 증상이 대개 1시간 이상 지속되고 퇴행성에 비해 증상도 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 손잡이를 열 때, 병 덮개를 열 때, 옷을 입으면서 단추를 끼울 때 뻣뻣하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끝 마디에, 류머티즘 관절염은 가운데 마디에 온다.
송영욱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1~2년 안에 손가락 변형, 기능 저하 등 관절 손상이 온다”며 “염증이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을 앞당기고 당뇨병·고혈압·비만·골다공증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탁·침대 등을 입식으로 바꾸고 화장실에 손잡이나 미끄럼 방지 시설을 하는 등 생활환경 개선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전에 비해 부모님의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치매 초기인지 주의해 살펴야 한다. 옛날 일을 시시콜콜 잘 기억하더라도 요즘 있었던 일이나 대화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고 하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시간·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들이 서툴러진다. 이유 없이 의심이 늘었거나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8%로 64만명 가량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15%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고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도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난폭행동·수면장애·의심·환각·우울 등의 정신행동 증상은 치료에 잘 반응한다”고 말했다.
노화와 관련이 큰 안과 질환인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이 왔는지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으로 시야가 뿌옇고 답답해지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긴 녹내장은 시야 결손, 시력 상실을 초래한다.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말기여서 치료가 쉽지 않고 노인은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에 걸릴 수 있다. 망막 기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신경조직인 황반이 변성되면 글자·물체가 비뚤어지거나 찌그러져 보이다 시야의 중심부가 흐려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때문에 정기 안과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직접 모시고 가기 어렵다면 검진 예약을 해드려 보자.
노인들은 1인당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3개월 이상 매일 5.3개의 약을 복용한다. 그래서 성분이 비슷한 약물을 과용하거나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건강장수클리닉 교수는 “매일 먹는 약이 5가지 이상이라면 비슷한 성분의 약이 중복 처방됐는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 있는지 의료진과 상담해 불필요한 약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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