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엔터테인먼트사인 YG는 지난주 MBC 간판 예능 프로듀서인 제영재·조서윤·김민종 피디를 한꺼번에 영입해 엔터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YG는 앞으로 더 많은 스타급 피디를 끌어모을 계획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성 ‘금한령(禁韓令)’으로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YG로서는 ‘탈중국-국내 역량 강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다. SM·FNC·JYP 등 다른 대형 엔터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에 절대 의존하던 SM·YG·FNC·JYP 등 국내 ‘빅4’ 엔터사들의 국내 유턴이 시작됐다. 국내 최대 엔터사인 SM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제작하는 SM C&C라는 자회사를 통해 ‘우리동네 예체능’ ‘동상이몽’ ‘동네변호사 조들호’ ‘38사기동대’ ‘질투의 화신’ 등을 만들었다. 드라마 제작사 JYP픽쳐스를 갖고 있는 JYP는 ‘미안하다 사랑하다’로 유명한 스타 작가 이경희를 새 식구로 맞았다.
엔터업계의 신흥강자이자 중국 비중이 유독 높은 FNC의 경우 ‘탈중국’ 행보에 보다 적극적이다. 역량 있는 신인 작가와 피디들을 꾸준하게 확보해온 FNC는 최근 안석준 전 CJ E&M 음악부문 대표를 자사회인 FNC애드컬처 대표로 영입해 활발한 콘텐츠 제작 의지를 드러냈다. FNC애드컬처는 ‘씬스틸러-드라마전쟁(SBS)’ ‘트릭 앤 트루(KBS)’ 등의 예능을 제작 중이며 이번 설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신드롬맨(KBS)’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는 일일드라마를 시작으로 드라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빅4 엔터사의 국내 유턴은 사드 후폭풍에 대한 고육책이다. 실제로 SM·YG·FNC·JYP 등은 금한령의 여파로 지난 1년 새 주가가 반 토막이 났으며 향후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중국 공연이 회사 수익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공연 허가 자체가 나지 않으니 중국 진출은 금한령이 풀릴 때까지 계획조차 잡을 수 없다”면서 “이마저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엔터업계의 ‘탈중국 전략’은 콘텐츠 제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터사들은 일단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 제작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예능의 경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접광고(PPL·Products in Placement)로 제작비 충당이 가능하다. 여기에 자사 연예인들의 출연은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킬러콘텐츠’만 된다면 해외 포맷 수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꽃보다 할배(tvN)’는 미국 NBC에 포맷 수출돼 현지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금한령 이전에 ‘런닝맨(SBS)’ ‘나는 가수다(MBC)’ ‘아빠 어디 가(MBC)’ 등은 중국 등에 수출되는 등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다른 엔터사의 한 관계자는 “매니지먼트사들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이 용이한 조건을 갖췄다”며 “중국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구책으로 삼을 만하다”고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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