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8일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모두 확보해 채권단에 전달할 계획안을 차질없이 마련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달 금호타이어 지분 42.01%에 대한 입찰을 실시해 1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매입대금 1조원만 확보하면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내 대기업 상당수를 ‘백기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효성 등을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 회장이 지난 2015년 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박 회장은 당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을 설립하고 총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이 당시 갖고 있던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521억원의 종잣돈을 마련했고 CJ와 효성 등 10여개 기업이 전략적투자자(SI)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나머지 2,700억원을 채웠다. NH증권 등은 FI로 참여해 총 3,000억원을 빌려줬다.
다만 효성 등 국내 기업들이 박 회장의 구원투수로 나서더라도 SI 대신 FI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와 금융권의 분석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박 회장 ‘개인’에게 부여해 회장 자격으로 금호 계열사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을 원천봉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SPC를 세운 뒤 금호산업 때처럼 유상증자에 나서 SI를 끌어모을 경우 채권단이 박 회장의 우선 매수 청구 자격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효성은 이날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구체적인 조건이 정해지는 대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SI로 참여할 수 있다면 타이어산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투자를 고려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 기업도 SI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금액이 아닌 금호타이어의 장기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 주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블스타의 매출은 2015년 기준 5,100억원으로 금호타이어의 6분의1 규모다. 총자산도 금호타이어가 5조2,199억원, 더블스타가 1조117억원으로 5배가량 차이 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핵심 기술과 생산시설만 빼먹는 ‘먹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르면 10일 더블스타 경영진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계약조건을 박 회장에게 알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은 오는 3월 중 인수의사 및 자금조달 계획 등을 채권단에 전달해야 한다. 3월이면 금호그룹 재건 작업의 최종 윤곽이 드러나는 셈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과제는 남아 있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과 비교해 낮아진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제1과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대 영업이익을 돌파했고 넥센타이어도 5년 연속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금호타이어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후 생산 시설 고도화 등에 투자를 하지 못해 원가 등의 측면에서 경쟁자에게 밀리는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6월 시작한 노사 임단협이 마무리 되지 못한 것도 경영에 악재”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중국 4곳, 한국 3곳, 베트남 1곳, 미국 1곳 등 총 9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 공장은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량 확대 등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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