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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멍드는 PR업계

무단 계약 파기·상품 강매에도

'일 끊길라' 항의 못하고 속앓이

홍보 외주 증가 불구 예산 줄여

"김영란법 이후 불공정 심화" 분석도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가 여전한 가운데 PR업계 역시 ‘갑질’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 중소기업 우수상품전 모습. /사진제공=중소기업유통센터




#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제조업 A사는 새로 출시한 상품 마케팅을 위해 홍보(PR)대행사와 6개월 계약하기로 했다. PR사는 4명의 팀을 꾸려 마케팅·홍보 전략과 계획을 짜고 매체별 담당자 리스트를 작성해 A사에 넘겼다.

한달간 마케팅을 펼친 뒤 A사는 급작스럽게 해당 PR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회사 사정으로 마케팅 예산이 줄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후 A사는 PR사에서 세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그대로 활용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인력까지 충원해 팀을 꾸렸던 PR사는 황당하지만 속만 태우고 있다. PR사 관계자는 “6개월짜리 계약서를 보냈는데 서명하지 않고 계속 미룰 때 알아봤어야 했다”며 “우리가 낸 아이디어로 홍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 따지고 싶지만 업계에 소문 나는 것이 걱정돼 비밀로 덮었다”고 말했다.

19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이 무단 계약 파기 뿐만 아니라 상품 강매 등을 하며 홍보대행사들에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부산의 B사는 회사 행사에 사용될 프로모션용 신발과 옷을 PR사에 강제로 떠넘겨 원성을 샀다. 일부 기업들의 이러한 ‘갑질’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심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업들이 자체 마케팅·홍보팀 인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PR사로 홍보업무 등을 외주화하고 있는 반면 홍보예산은 크게 줄여 잡음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당한 대우와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어도 PR기업들은 소송은 커녕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사업 특성상 경쟁이 치열해 이미지와 평판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보 프로젝트를 기업으로부터 건별로 따내 수익을 내야 하는 PR업체로서는 자칫 소문이 안 좋게 나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절대 을’의 처지를 악용해 자신의 잘못마저 홍보대행사 책임으로 떠넘기는 기업도 있다. C사는 본사의 실수로 허위 사실이 기사화된 후 논란이 일자 PR사 잘못이라고 거짓 해명을 했다. “본사는 관여하지 않았고 PR사에서 일방적으로 배포한 내용”이라는 억지 주장에 결국 PR사 담당자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한국PR기업협회 추산 국내 PR업체는 약 500개로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PR사들의 업무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홍보대행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중견급 PR사의 한 임원은 “PR사들이 억울해도 참고 넘어가야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막는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시장 질서는 깨지고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영국, 미국 등 국가에서처럼 마케팅·홍보 산업이 전문 분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PR업체를 ‘을’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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