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할 거고 불발을 가정하고 싶지 않다”, “일단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2017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 4월 위기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대우조선해양이 4월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의 만기를 갚지 못해 겨우 붙여놨던 호흡기가 떨어져 법정관리에 갈 위기에 내몰릴 상황이지만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을 어찌 넘긴다 해도 대우조선을 덮치는 파도는 앞으로 1년간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조차 “4월 위기는 위기도 아니고 하반기로 갈 수록 (대우조선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20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4월21일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현재 대우조선이 추가로 끌어쓸 수 있는 돈은 4,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하면서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2015년 10월 약 4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지원 계획을 내놨다. 이 가운데 이미 3조5,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최근 다시 3,200억원을 대출받아 남은 돈은 3,8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돈을 몽땅 대출받아도 4월 회사채 만기를 넘기기 어렵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적자규모가 5,200억원(추정)에 달해 현재 월 1,000억원 상당의 운영비를 만들기도 빠듯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와 대주주인 산은에서도 회사채를 해결할 해법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우선 임 위원장이 말한 ‘모든 수단’에서 대우조선에 직접 돈을 주는 신규자금지원은 제외됐다. 신규자금지원을 하면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구제하기 위해 국책은행을 앞세워 신규자금지원을 하면 다시 하락한 BIS비율을 충당하기 위해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지난해 구조조정 지원으로 인한 국책은행 BIS 비율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산은·수은의 자본을 채우는 자본확충펀드의 방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는 수은의 BIS비율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1조원의 현물출자도 이미 단행했다. 무엇보다 금융위는 지난해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신규자금지원을 하지 않고 파산시킨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4조2,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에 또 혈세를 투입할 명분은 없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누가 나서서 신규자금지원을 얘기할 수 있나”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유동성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산은과 대우조선이 긴박하게 꺼내 든 카드는 두 가지다. 신규수주와 선박 인도 시점에 대부분의 자금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의 수주에서 일부 선수금을 받아오는 조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오히려 대우조선의 글로벌 위상만 깎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저가수주를 하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며 “올해도 수주가 제로(0)인데 회사채를 갚기 위해 무리한 수주를 했다가는 또 자금난에 빠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미 수주한 계약에서 돈을 더 당겨 오려고 협의에 나섰다 실패하면 회사의 부실한 재무상황만 대외로 알리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위기는 4월이 아닌 하반기에 덮친다는 평가도 있다. 4월 4,400억원을 갚아도 대우조선은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내년 3월 3,500억원 등 앞으로 1년간 총 1조2,9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4조2,000억원 자금에서 일부 빌렸다 상환한 부분이 있어 대출 가능한 금액이 4,000억원이 넘는다”며 “신규 수주를 해도 일부만 선수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 모든 사태를 타계하려면 1조원 가량의 돈이 물려있는 앙골라 소난골 프로젝트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한재영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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