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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지는 北배후설..말레이선 "외교관계 단절" 목소리 커져

"김정남 암살 北 대사관·고려항공 직원 연루"

北국적 남성2명 신원 밝혀지고

여성2명 사전훈련 정황 포착

말레이시아 경찰 '北개입' 확신

"김한솔 등 가족 입국설은 루머"

감정 악화에 양국 관계 틀어져

비자면제 협정 폐기 등 가능성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의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암살 연루자 중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북한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라는 심증이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의 2차 기자회견 이후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됐으며 인도네시아·베트남 국적 여성 용의자 두 명이 독극물을 인지하고 사전에 훈련을 받았다는 새로운 정황이 모두 북한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적인 관계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해석이 나온다.

◇말레이 “북 외교관 연루” 발표…배후 확신하나=이날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앞서 연루자로 지목됐던 북한 국적 남성 2명의 신원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2등서기관인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사건에 북한이 개입됐음을 확신하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정남 암살 후 평양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리지현 등 4명이 공무원에게 발급되는 공무여권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져 북한 해외공작 책임기관인 정찰총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외국인 여성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 도안티흐엉이 사전준비 아래 움직였다는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맨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문지른 용의자들은 맹독의 존재를 아는 듯 범행 직후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으며 사전에 수차례 연습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장난 영상을 찍는 줄 알았다”는 진술이 고도의 연막작전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악화하는 북-말레이 관계…단교 가능성도=하지만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당국의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리정철과 외국인 여성 용의자 2명을 즉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북한대사관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일반에 공개된 CCTV 영상을 근거로 수사하면서 여성 용의자들이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문질렀다면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이는 액체가 독이 아니며 사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한 비판 공세를 멈추지 않자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과의 비자 면제 협정 폐기는 물론 외교관계 단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비판으로 국민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기 때문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북한과의 관계 재고 여부에 대한 질문에 “한 번에 한 단계씩” 대응하겠다고 답해 최악의 경우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까지 고려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한솔 입국설 진실은 안갯속=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김한솔이 입국했다는 소문과 관련해서도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할릿 청장은 “아직 유족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나온 소문이 모두 루머라고 부정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와 엇갈린 내용을 보도해 김한솔의 행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지 중문 매체인 중국보는 이날 김한솔이 입국한 뒤 신변의 위협을 피하려고 특수경찰(STAFOC)로 위장해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그뒤 새벽 1시께 쿠알라룸푸르 병원에 도착해 DNA 샘플 제출 절차를 밟은 뒤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통일부의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가 북한임이 “틀림없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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