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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허술한 보험·카드등 2금융권 낙하산 몰릴 듯

[금융권 대선發 낙하산 쓰나미 온다]

2금융권 "관료·퇴직 임원은 양반

정치권 줄대기 경력만 수두룩"

내부 전문인력 적극 활용

워치독 역할 키워야 목소리





대선 결과에 따라 금융권 상임감사와 사외이사가 정관계 인사로 대거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리·감독이나 감시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보험·카드·캐피털 등 제2금융권으로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상임감사는 현재 감사위원인 정태문 감사를 비롯해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상임감사를 지냈던 노우섭 감사 역시 모두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감사원 출신이다. 최근 10여년간 삼성생명의 감사를 지낸 이도승·문태곤·최영진 감사위원도 모두 감사원 출신이 맡았다. 지난해 말 민영화 직전까지 정부 소유 은행으로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던 우리은행도 상임감사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변호사 출신인 정수경 감사는 2008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41번을 받으면서 낙하산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일 상임감사 후보 5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관은 이광구 행장과 5명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다.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으로서의 오명을 벗기 위해 대표적인 낙하산 자리로 꼽혔던 상임감사부터 제대로 된 인선을 한다는 계획이다. 한 사외이사는 “우리은행에서 사외이사의 공정성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분류한 금융권의 사외이사는 총 40명이었는데 이들이 속한 33개 금융회사 가운데 네 군데를 제외한 29곳이 보험사나 카드사·캐피털·자산운용사였다. 지난해 1월 IBK캐피탈이 선임한 한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이후 교수직 역시 미디어학부에서 맡았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박진현 전 경북지방경찰청장을, 흥국생명은 국가정보원 출신의 윤재동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IBK캐피탈의 탁세진 사외이사는 여의도순복음연합 법인사무국장 출신으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여의도순복음연합 감사위원 경력이 주된 경력이다.

전문성과 별개로 정치 경력을 가진 인사도 지난해 6월 기준 25명이 금융권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전원 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20명은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그룹 계열 사외이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 25명을 포함해 최대 2~3배 많은 정관계 인사나 정치권에 줄을 대온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정권 초기 낙하산 인사들의 폐단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감독당국의 관리나 시민단체 등의 감시가 커진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나 구설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자칫 회사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이날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상근감사제도 폐지를 확정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권 줄 대기 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자구 노력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정농단 사태로 상근감사 등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고 낙하산 논란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상근감사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심지어 상임감사를 1년 이상 공석으로 둔 금융기관까지 나오면서 무용론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은행의 상근감사는 2016년 1월부터 공석이다. 교보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근감사제도가 공석인 채로 1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감시 기능을 상실한 감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금융권 내부에도 강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관계 인사를 영입해 대관업무나 외풍막이로 활용해온 금융회사들이 이번 기회에 낙하산 논란을 끊어 좀 더 전문적인 감사 인력 등을 활용해 내부 감시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도 나온다.

/김보리·김흥록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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