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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회 아카데미] '백인들의 잔치' 편견 깬 파격…'다양성'의 가치를 찾다

흑인 하층민·젠더 문제 다룬

'문라이트' 작품상 등 3관왕

무슬림 최초 남우 조연상도

독주 예상됐던 '라라랜드'

여우주연상 등 6관왕 그쳐

26일(현지 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마허셜라 알리(왼쪽부터),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 여주조연상을 수상한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시 애플렉. /LA=UPI




올해 아카데미는 역사에 오래 남을 ‘파격’을 선택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상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이자 시상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상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배리 젱킨스 감독의 ‘문라이트’에 돌아갔다. 미국의 하층민인 흑인 및 젠더 문제를 담은 ‘문라이트’는 각색상·남우조연상도 수상했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매퀸 감독의 ‘노예 12년(2014)’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작품은 미국 마이애미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 샤이런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으며 연극 ‘달빛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라는 희곡이 원작이다. 또 ‘노예 12년’ ‘빅쇼트’ 등을 만든 플랜B가 제작했으며 플랜B 공동대표인 브래드 피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흑인 무슬림 배우 마허셜라 알리(후안 역)는 이 작품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알리는 아카데미 89년 역사상 처음 배우상을 받은 무슬림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에 영화계는 열광했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부 교수는 “흑인·게이 등 반미국적인 가치를 담은 ‘문라이트’가 작품상 등 주요 상을 받은 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파격”이라며 “영화계에서는 이 작품이 수상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일부 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정치권에서 이뤄내지 못한 다양한 정치를 영화계에서 풍자적인 진행과 객관적인 수상으로 이뤄낸 쾌거”라고 평가했다.

당초에는 ‘라라랜드’의 독주가 예상됐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1월 열린 74회 골든글로브에서 7관왕에 오른 데 이어 13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에서도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이 작품에 감독상·여우주연상·미술상·음악상 등 6개 부문만 안겼다. 데이미언 셔젤은 1985년생인 32세로 오스카 역사상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하버드대(시각환경학) 재학 시절 연출한 단편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츠(2009)’로 영화계에 입문했으며 2015년 드러머를 소재로 한 음악영화이자 첫 장편 데뷔작인 ‘위플래쉬’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에마 스톤은 배우 지망생 미아 역을 위해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해온 노래·탭댄스·왈츠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 외에도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케네스 로너건에게 각본상을, 케이시 애플렉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케이시 에플렉은 벤 애플렉의 동생이라는 후광에서 벗어나 이 작품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며 깊은 슬픔을 감내하는 리 역으로 ‘인생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여성 스태프 성희롱 사건에 휘말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흑인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는 ‘펜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무슬림 정책에 반대해 시상식 불참을 선언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또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 한때 거론된 시리아 자율민방위대, 일명 ‘하얀 헬멧’ 이야기를 다룬 ‘더 화이트 헬멧스’에 돌아갔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도 반 트럼프 메시지를 펼치는 장이 됐다. 후보에 오른 스타들은 ‘반이민 저항의 상징’인 파란 리본 달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지난해 오스카상이 인종차별적으로 보였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게 올해는 사라졌다”고 풍자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유색인종 차별’ 논란을 겪었던 아카데미가 올해 트럼프 대통령 덕에 오히려 ‘차별 반대’ 목소리를 대표하게 됐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한 것. 또 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리프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가 “과대평가된 배우”라는 역공을 당했던 일도 끄집어내며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오랜 세월 건재하다. 그는 올해까지 20차례나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우리는 올해도 습관적으로 그의 이름을 적었다”고 말해 커다란 웃음을 안겼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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