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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철학적 폭풍을 불러 일으킬 연극...이보 반 호브의 ‘파운틴헤드’

오늘날 유럽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가 네덜란드의 토닐그룹 암스테르담(Toneelgroep Amsterdam)과 함께 연극 <파운틴헤드(Fountainhead)>로 두 번째 내한 무대를 갖는다.

이보 반 호브의 오늘날의 명성은 2007년 <로마 비극(Roman Tragedies)>을 초연했을 때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16세기에 쓰여진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의 정치, 사회드라마로 완벽하게 변모시킨 이 걸작은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를 한데 묶어 새롭게 각색한 것인데, 6시간 가까이 인터미션도 없이 공연되는 동안 관객들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자유롭게 관람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사진=엘지아트센터




/사진=엘지아트센터


심지어 관객들은 무대에 올라 배우들이 연기하는 소파 옆에 앉아 무대에 차려진 음료와 스낵을 먹으며 배우들의 대화를 옆에서 들을 수도 있고, 무대 위에 설치된 다양한 비디오 화면을 통해 본인들이 보고 싶은 장면을 골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로마의 이름없는 시민이 되기도 하고, 정치게임의 목격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비밀스러운 음모를 바로 엿들으면서 공모자가 되기도 한다. 즉 관객들은 각자가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게 된다.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이후 아비뇽 페스티벌, 빈 페스티벌, 런던의 바비칸, 뉴욕의 BAM 등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과 공연장의 초청을 연달아 받으며 평단의 극찬과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보 반 호브가 이번에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연극 <파운틴헤드>는 구 소련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아인 랜드(Ayn Rand)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천재 건축가 하워드 로크의 결코 타협할 줄 모르는 폭풍 같은 삶을 담고 있다. 온전히 자신의 재능과 의지를 바탕으로 그 어떤 기득권 세상과의 타협도 거부한 채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건축가의 모습은 ‘예술가의 자유 의지’에 대한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1943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2,500만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필독서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려 7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원작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린 연출가 반 호브는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이야기 속에 흐르는 깊이 있는 철학에 매료되었고, 이를 연극화하기로 결심했다.

<파운틴헤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끄는 근원적인 힘이 과연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묻게 된다. 2014년 6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된 <파운틴헤드>는 그 해 여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선보여지며 찬사를 받았다. 러닝타임이 4시간에 달하는 이 대작은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을 지닌 주인공 하워드 로크의 고고한 결단과 행동의 궤적을 흥미롭게 따라간다.

연출가 이보 반 호브 (Ivo van Hove, 1958~)/사진=엘지아트센터




/사진=엘지아트센터


관객들로 하여금 창작의 본질이란 무엇이며, 예술적 진정성이란 무엇인지, 전통과 혁신,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구속하는 집단주의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등 작품을 관통하는 방대한 철학적 질문들과 마주하도록 만든다. 탁월한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하는 이보 반 호브의 연출,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비디오 아티스트와 라이브 뮤지션까지 총동원하여 이뤄낸 압도적인 앙상블은 4시간의 러닝타임을 속도감 있게 질주해갈 것이다.

2012년 LG아트센터에서 작품 <오프닝 나이트(Opening Night)>를 통해 영화와 연극,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놀라운 연출력을 과시했던 이보 반 호브는, 영국의 영 빅 씨어터와 함께 만든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A View from the Bridge)>으로 2015년과 16년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작품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지금 세계 무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 토닐 그룹을 이끌고 있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는 현재 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극장 프로듀서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 애를 태우는 연출가 중 한명이다.

특히 런던과 뉴욕에서의 이보 열풍은 자국의 예술가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광풍 수준이다. 런던에서만 2015년부터 올해까지 8개의 작품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했거나 할 예정이며, 뉴욕에서도 같은 기간에 5개 작품을 공연했다.

런던의 대표적인 무대인 바비칸 센터는 4월에 주드 로가 주연하는 신작 <강박관념(Obsession)>의 연출을 맡김과 동시에 2009년 이미 바비칸 무대에 올린 바 있는 <로마 비극(Roman Tragedies)>을 3월에 다시 초청 공연하면서 상반기 이보의 열풍을 잇고 있으며, NT는 지난해 12월 <헤다 가블러(Hedda Gabler)>를 성황리에 올린 가운데 올해 말 미국 스타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Bryan Cranston)을 주인공으로 한 <네트워크(Network)>를 이보와 또 다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연극의 존립 가치를 더욱 빛내는 이보 반 호브의 연출법이 빛나는 연극 <파운틴헤드>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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