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된 회사들이 이제는 각 경쟁사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강환구(사진) 현대중공업 사장이 분사(分社) 안건이 주총을 통과한 이후 첫 일성으로 분할된 사업 부문을 향해 “싸워 이기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경쟁해야 할 대상 기업도 콕 집었다.
강 사장은 2일 사내 담화문을 통해 “그간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 등의 사업 부문은 업종이 다른데도 조선업에 가려 마치 조선회사처럼 운영돼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기전자는 스위스 ABB·효성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경쟁사로 인식해 왔다”면서 “건설장비 역시 코마쯔·캐터필러·두산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울타리에서 벗어나 제각각 독립 법인으로 분할되는 만큼 경쟁 상대를 직시하고 경쟁해서 살아남으라고 힘을 북돋은 것이다. 강 사장은 “가정으로 치면 성인이 된 자녀가 분가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주총을 통해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과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투자) 등 4개 독립법인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분할 기일은 4월 1일이다. 이미 현대글로벌서비스(선박 사후 관리)와 현대그린에너지(태양광·풍력)는 지난해 말 분할을 마쳤다.
강 사장이 이처럼 ‘싸워 이기라’로 주문한 것은 분할 대상 비조선 사업이 조선 사업처럼 세계 최고가 아님에도 1등으로 ‘착각’하며 자만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는 국내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볼보건설기계 등에 이어 3위다. 전기전자 역시 효성·LS와 함께 국내 ‘빅3’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게 사실이다. 강 사장은 “동종업계가 새로운 기술력과 월등한 가격 경쟁력으로 앞서가고 있는데도 세계 1등인 것처럼 살아왔다”고 평가했다.
강 사장은 비조선 사업을 분사시킨 현대중공업이 극심한 조선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유리한 체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강 사장은 “사업 분할 후 차입금 배분을 통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고 동종 업계와의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그래야 사상 최악의 조선경기 불황 속에서 우리 회사가 버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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