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은 보는 이들의 눈만 훔치지 않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도 변함없는 생명력을 품고 있는 자연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훔치고 상처까지 어루만지곤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아홉 번째 코스는 충청북도 단양군·제천시·충주시와 강원도 영월군을 잇는 ‘자연치유 체험’ 코스다. 중국 호남성(湖南省)과 동정호(洞庭湖) 남쪽의 소수와 상강이 합류하는 소상팔경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단양팔경을 볼 수 있는 충청북도 단양에서는 자연의 운치를 느낄 수 있으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영월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자연 그 자체와 혼연일치 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이번 코스는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도담삼봉에서 시작된다.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3개의 기암으로 이뤄진 섬인 도담삼봉은 남한강과 어우러져 절경을 뽐낸다.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 정도전이 이곳 중앙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한 것도 도담삼봉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개국에 대한 고민과 정적과의 갈등 속에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을 것이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곳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도담삼봉은 지난 2008년 9월9일 명승 제44호로 지정됐다.
발길을 돌려 등우산 서쪽 기슭으로 향하면 고수 동굴을 찾을 수 있다. 굳이 외국 명소에 빗댈 필요는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라 불리는 미국 버지니아주(州) 루레이동굴과 견줘도 손색없다.
동굴 안에는 종유석·석순·돌기둥·유석(流石) 등을 비롯해 곡석(曲石)·석화(石花)·동굴산호·동굴진주·동굴선반·천연교(天然橋)·천장용식구(天障溶蝕溝) 및 세계적으로 희귀한 아라고나이트가 동굴을 찾는 이들을 맞는다.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생명체들 역시 동굴 속 볼거리 중 하나다. 운이 좋다면 화석 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고수귀뚜라미붙이를 비롯해 옆새우·톡톡이·노래기·진드기·딱정벌레 등의 동굴 곤충 및 박쥐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비경=단양 관광을 마치고 충북 제천으로 넘어가면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호반둘레 약 2㎞, 수심 8∼13m, 명승 20호인 의림지는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처음 쌓았으며 약 700여년 뒤에 박의림이 쌓았다고 전해진다. 제방과 호수 주변으로 늘어선 노송과 수양버들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의림지가 오랜 기간 자연과 함께 세월을 보낸 반면 청풍호는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1985년 준공된 충주댐으로 조성된 인공 호수인 청풍호를 제천 지역에서는 청풍호라 부르고 충주 지역에서는 충주호라 부른다. 청풍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담수량이 커 소양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청풍호 주변에는 제천에서 그 풍광을 자랑할 만큼 빼어난 곳들이 산재해 있다.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청풍읍의 진산인 인지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이 있다. 이외에도 동산·대덕산·부산·관봉 등의 명산들이 청풍호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제천시 청풍면 교리·북진리·황석리·후산리·방흥리·도리·물태리·읍리·연곡리·광의리·계산리·양평리와 금성면 성내리·월굴리 등이 청풍호를 둘러싸고 있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단양의 장회나루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청풍호를 보고 있노라면 뛰어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과 혼연일치=자연치유 체험 코스에는 단순히 자연을 보고 감상하는 것뿐 아니라 이름처럼 자연을 체험할 수도 있는 코스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충주에 위치한 하늘재다. 이곳은 한반도 최초의 고갯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며 한강과 낙동강 사이 백두대간을 넘는 길이자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고갯길이다. 길을 낸 이는 신라 제8대 왕인 아달라왕으로 알려져 있다. 156년 북진을 위해 길을 개척했고 이 길을 통해 한강유역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피난길이기도 했던 이곳을 걷노라면 길을 거쳐간 이들의 희로애락의 감정이 모두 느껴지는 듯하다. 이름은 하늘재지만 그리 높지는 않다. 해발 525m에 위치해 있지만 좁고 완만한 2㎞의 오솔길을 따라 정상에 이르면 만수봉·포암산·탄항산·부봉·마패봉에 걸쳐진 백두대간의 비경이 가슴에 담긴다. 하늘재까지 잰걸음으로 오르면 1시간, 쉬엄쉬엄 올라도 1시간 반이면 족해 힘든 코스는 아니다.
충주에 하늘재 트레킹 코스가 있다면 강원도 영월에는 어라연 트레킹 코스가 있다.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지 어라연은 동강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신비스러움에 둘러싸인 계곡으로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울창한 송림이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2004년 12월7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4호로 지정됐다. 거운리 나루터에서 강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물줄기가 나눠지는 어라연이 나온다. 양쪽 기슭의 천길 낭떠러지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은 트레킹에 운치를 더한다.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출입이 통제돼 트레킹으로 잣봉을 경유해 어라연을 돌아보는 방법(3시간 소요)과 래프팅을 타고 둘러보는 방법(2시간~3시간 소요)이 있다.
영월의 깨끗한 바람과 한 몸이 돼 동강을 보다 높은 곳에서 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을 추천한다. 강원도 영월시내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별마로천문대에 위치한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고 싶기는 하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가상현실 체험도 가능하다. 별마로천문대 본관 3층에 위치한 체험관에서 3,000원만 내면 3분간 실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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