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를 학원비 상승 탓으로 둘러댄 것도 모자라 일반교과는 줄어들고 ‘소질·적성 계발’을 위한 예체능 지출이 늘어났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수학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예체능 의존도가 높아진데다 대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유학기제 덕택에 중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것도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부실한 자유학기제 운영이 오히려 선행학습과 교육격차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국이 교육현장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일관하니 학교를 황폐화하고 있는 교육방송(EBS) 강의 확충 같은 땜질식 처방이나 내놓는 것이다.
사교육비 격차는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사교육비 경감방안은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선주자들도 교육공약을 앞다퉈 내놓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국립대 공동입학제를 도입하는 등의 평등주의 교육정책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기 어려울뿐더러 단기대책이나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는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크다. 이럴수록 사교육을 유발하는 입시 문제를 개선하고 공교육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