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도 윤활제가 들어가는 것 아시나요? 카메라 손떨림방지기능(OIS)에 0.05㎎의 그리스가 소량 투여됩니다. 그래야 제품 내구성과 기능성이 좋아집니다.”
고급윤활제 생산판매기업 루브텍시스템 홍성원 대표(사진)는 요즘 부가가치가 높은 그리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고가 기계에 고급 윤활제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인데다가 가격도 두 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가전 비중이 컸지만 최근 첨단 IT제품과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노력 결과, 지난 연말에는 성과가 나타났다. 2년간의 제품 테스트를 마치고 삼성 VR기어에 그리스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 또 2004년에 개설한 천진사무소를 기반으로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해 지난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힘입어 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중국의 납품 물량은 한국보다 100배가량 많지만 고민도 있다. 홍 대표는 “주문 물량을 보면 한국이 1㎏라면 중국은 100㎏일 정도로 시장 규모는 훨씬 크지만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거래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라고 고충을 말했다. 올해는 베트남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에 이어 6개 품목은 미국위생안전기관(NSF)의 승인도 받았다. 커피머신 같은 식품산업용 기계에 들어가는 윤활제는 NSF 승인이 필수다. 독성을 최대한 없애서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미량을 넣어도 괜찮다는 인증으로 우리나라에는 아직 식품산업용 윤활제 인증기관이 없기 때문에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비싼 NSF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이 NSF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고가용 제품들 위주였지만 향후 저가 제품들도 NSF의 인증을 획득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루브텍시스템은 2009년 거래처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0년에는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선정되었다. 그리스 종류는 30만개가 넘는다. 독일·일본이 석권하고 있는 고급 그리스 개발시장에서 루브텍시스템은 고가제품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크로나이즈 모터용, 프린트기기용, 컨트롤케이블용, 화력발전소 고온용, 핸드폰 힌지용 등 10여종을 국산화해 수입 대체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윤활제 시장에서 국산화 비율이 50%를 넘는다”면서 “해외시장에서도 한국산 품질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루브텍시스템의 올해 목표는 매출 15% 신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보통 그렇듯 이 회사도 인력난이 가장 큰 애로점이다. 홍 대표는 “우리 회사는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이라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낫다”면서 “한번 사용하면 70~80년 정도 쓸 수 있는 반영구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박성용 SEN매거진 기자 roa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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