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사임했다. 18일 저녁 홍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23년 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납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며 19대 대선 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음은 홍 회장의 퇴임사 전문.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전문>
친애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가족 여러분,
그룹의 발전에 불철주야 애쓰는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저의 결심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이제 저는 23년 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납니다.
조금 늦은 감도 있습니다.
언론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열정과 활기찬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회사를 이끌 때가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회사는 저에게 집과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전·현직의 수많은 가족들과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중앙일보와 JTBC는 국가 번영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신문과 방송이 되고자
각고의 노력을 쏟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인재와 함께하는 언론이 되고자 하는 집념을 가꾸고 실천해왔습니다.
여러분은 언론의 사명에 충실했고 사회를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민을 위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가장 큰 권력과 맞설 때도
흔들림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했습니다.
그 힘과 정성이 오늘의 중앙일보를 만들고 JTBC의 출범과 안착을 이루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한 여러분과의 시간들이 제 삶의 의미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려 하는 지금,
저 역시 제가 지켜왔던 자리에서 벗어나 보다 홀가분한 처지에서
마음으로 저 자신과 우리 중앙미디어 그룹의 미래를 통찰할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우선 저 자신에 대한 얘기부터 드립니다.
최근 몇 개월, 탄핵 정국을 지켜보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서울광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깊은 고뇌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비록 발 디디고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열망과 염원은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나라, 법치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사회, 다양한 가치와 시선이 공존하는 환경,
활기차면서 평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우리는 바라고 있었습니다.
광장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고민의 일단으로 제시했던 것이 바로 ‘리셋 코리아’였습니다.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비약해서 ‘다 함께 잘사는 나라’, ‘매력 있는 국가’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 기본 정신입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앞으로도 중앙미디어 그룹을 중심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단지 그러한 작업만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오랜 터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과 혼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저는 안타까움을 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생애 고난과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고뇌와 번민이 깊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것이 평생을 바쳐왔던 중앙미디어 그룹을 떠나면서 저 홍석현이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입니다.
그러한 작업들은 명망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단과 포럼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중지를 모아 나온 해법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 책임과 소명을 다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제가 회사와 사회로부터 받아온 은혜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 대해선 제가 떠나는 입장에서
저 나름 고민한 부분을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언론의 사명을 다 하는 데에 온 힘을 바쳐왔습니다.
능력이 모자라 못한 일은 있을 수 있어도, 게을러서 안 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몇 달 간, 우리는 매우 역동적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 온 저널리즘의 원칙을 실천함으로써
정치사회적 변환기의 맨 앞자리에 있었고,
그럼으로써 칭찬과 격려와 일부의 우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앙미디어 그룹의 역사 속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매진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와 정신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미디어 그룹으로
또 한번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그 장도에서 제가 떠난 자리를 메울 새로운 리더십이
그 역할을 훌륭히 해 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가족 여러분,
그 동안 저에게 베풀어 주신 격려와 믿음, 그리고 사랑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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