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보통 물질은 전체의 약 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단 0.5%만이 빛을 내고 있으며, 나머지 3.5%는 행성이나 암석, 먼지들처럼 차갑고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이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들의 인력만으로는 은하들을 함께 묶어 두기에 부족하다. 그러므로 은하들 사이에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하는데, 바로 이것이 암흑 물질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23%를 차지한다. 암흑 물질은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가 확인된다. 하지만 암흑 물질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는 윔프가 있다. 그러나 윔프는 초대칭이론을 토대로 하는데, 초대칭 입자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윔프 외에 다른 후보 입자가 여럿 있다. 액시온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연구중이다. 최근 들어 암흑물질의 새로운 후보로 떠오른 입자가 바로 비활성 중성미자이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약한 상호작용조차 하지 않으며, 질량은 기존 중성미자보다 무거워 일반 중성미자와 차이가 있다. 현재 관측되는 은하의 구조나 밀도를 설명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원자로의 반중성미자(중성미자의 반입자) 생산율이 이론적 예측값보다 약 7% 적게 나타나는 이상 현상을 기존 세 종류의 중성미자의 진동 변환(oscillation)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가상의 입자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가 이동하면서, 뮤온 중성미자나 타우 중성미자로 바뀌는 진동 변환 과정에서 추가로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 4의 중성미자다. 중성미자가 진동 변환될 때 검출될 수 있으므로, 중성미자의 진동을 측정하는 실험이 필요하다.
국내연구진이 비활성 중성미자의 검출범위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단거리 중성미자 진동 실험(NEOS)을 수 개월간 진행, 기존에 추정돼 온 비활성 중성미자 발견 예상 영역에는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밝혔다.
실험은 원자로 중심으로부터 단거리인 24m 떨어진 곳에 검출기를 설치해 중성미자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원자로 안에서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생성된 중성미자가 검출기의 양성자와 반응해 양전자와 중성자를 만들어내는데, 이 양전자가 내는 빛의 세기가 에너지로 치환되는 원리다.
이번 연구에서 에너지 스펙트럼에서 별다른 진동 신호를 보이지 않아 비활성 중성미자를 검출하지는 못했다. 분석 과정에서 연구진은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밝혀, 검출 범위를 크게 좁혔다.
오유민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은 “이 연구는 비활성 중성미자의 검출 예상 영역을 좁히며 영역의 경계를 새롭게 제안한 것으로, 향후 원자로를 활용한 중성미자 진동 실험에 좋은 참고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온라인 판에 3월 21일 게재됐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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