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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흑역사...STX조선, 6조 붓고도 못살려

하이닉스는 한때 파산위기 내몰려

'한 업체가 한 업종' 단순한 접근

자율경쟁 무시한 빅딜 정책으로

산업 경쟁력 급격하게 떨어뜨려





IMF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빅딜정책은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조조정의 흑역사로 남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한 산업에 대표 플레이어만 남기려고 시도하면 과잉설비, 시장경쟁 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다. 지난 2012년 SK그룹이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도 꼽히지만 인수 전에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로 꼽혔다. 당시 빅딜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5위였던 현대전자가 4위였던 LG반도체를 합병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기업이 원해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정부가 한 종목에 대표선수 하나만 제대로 육성하자면서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LG그룹은 LG반도체를 뺏기다시피 했다. 이 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그룹 사옥과 5분 거리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무려 14년 동안이나 가지 않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현대전자는 2001년 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전부 분사시켜버렸다. 하이닉스는 주가가 4만원대에서 135원까지 떨어졌고 SK그룹이 인수하기 전까지 17조원가량의 부채를 짊어지며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원인 역시 무리한 투자 실패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정부의 실책도 컸다. 2014년 출간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경제관료들의 ‘기획해체론’까지 주장할 정도였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에서 “대우그룹은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관료들에 의해 억울하게 해체됐다. 처음엔 삼성과의 빅딜을 강요하다 나중에는 오히려 훼방을 놓는 등 관료들은 계획적으로 대우그룹을 해체로 몰고 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으로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도 “GM의 대우자동차 투자를 관료들이 막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대우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예외 인정 기준까지 개정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기존의 ‘산업 합리화 또는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포괄적 기준을 삭제하고 대신 ‘기업결합 시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나 기업결합 당사회사가 자본잠식 상태 등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인 경우’로 그 예외 인정 기준을 변경했다. 이 법 개정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의 빅딜 과정에서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기업결합도 인정하게 되면서 시장의 자율경쟁 구도가 무너졌고 빅딜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의 칼을 잘못 휘둘러 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하는 현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두고 저울질하던 정부는 현대상선을 택했다.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고 현대상선의 경쟁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면서 정부가 집도에 나섰지만 해운업의 경쟁력은 크게 내려앉았다. STX조선해양 역시 정부가 6조원을 퍼붓고도 살리지 못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문성이 없는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모습이 한 업체가 한 업종을 모두 가져가게 하는 단순한 접근법”이라며 “산업 구조조정의 가장 좋은 케이스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고 현대차가 기업 자체 판단으로 기아차를 인수해 산업 경쟁력이 회복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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