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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고 감정평가업계 "수수료체계까지 없애면 근간 흔들"

[이슈진단] 정부,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 폐지 추진

전문가들 "시기상조" 지적에도

총리실 의지 강해 업계 위기감

"감정평가시장, 의뢰인이 주도

실적 악화·인력 이탈 불보듯

부실감평 확산땐 신뢰도 추락

현상 유지도 어려워 생존 걱정"

감정평가사들의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감정평가사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감정평가사의 부동산 담보평가서를 비자격자가 섞여 있는 한국감정원이 검토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감정평가 관련 3법의 시행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도로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 폐지를 추진하면서 감정평가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감정평가액에 따라 최소 수수료 기준을 정해둔 현 체계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몇 차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감정평가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실제 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리실의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도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본지 2016년 11월 9일자 27면 참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수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관행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수수료 체계를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최근 부실 감사 논란으로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는 명성에 금이 간 회계업계와 마찬가지로 부실 감평 문제가 불거지면서 감평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웅 프라임감정평가법인 대표는 “수수료 체계 폐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과 이를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전체 사회의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수수료 체계를 단순히 규제라고 보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동산 시장은 각 나라마다 고유한 시장과 성격이 있다”며 “다른 나라에 규제가 없다고 해서 꼭 그 기준을 따를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도 “해외에는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가 없다고 얘길 하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감정평가의 품질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으며, 지역별로 감정평가 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도 한다”며 “한 번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 체계 폐지는 아주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계감사와 마찬가지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감정평가에 대한 수수료를 섣불리 없애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가 사라질 경우 최근 공정성 논란과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감정평가법인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되고, 이에 따른 우수 인력 이탈로 감평업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따르면 감정평가사 1인당 순수수료는 지난해 1억 9,349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1인당 순수수료 수입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7년(2억 1,700만원)과 비교하면 10.8% 감소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감정평가 시장은 의뢰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과도한 불공정 거래 시장”이라며 “그나마 수수료 체계가 현재 상태를 유지시켜주고 있는데 이마저도 사라지면 더 버티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감정평가사 시험 접수자는 2,130명으로 전년 대비 215명이 줄었으며, 2010년 이후 6년 연속 접수자가 줄고 있다. 신종웅 대표는 “감평사 시험을 접수하는 인원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합격자의 수준도 예전만 못하다”며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1989년부터 도입됐으며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토부가 고시한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기준 수수료와 상·하한선을 정해두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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