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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지니어스']토마스 울프, 헤밍웨이, 피츠제럴드도 그가 없었다면





‘하나의 돌, 하나의 잎, 하나의 문에 관하여. 그리고 잊힌 모든 얼굴들에 관하여. 영원히 억압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영원히 낯설지 않고 홀로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기억하리라 저 위대한 잊힌 언어들을. 천국으로 들어가는 저 잊힌 좁은 통로들. 돌 하나, 잎 하나, 미지의 문 하나.’

미국 최고의 작가 토마스 울프의 첫 작품 ‘천사여, 고향을 보라’는 이렇게 시작한다. 단어 하나하나, 행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음미해야 하는 ‘시 같은 이 소설’의 첫 문단은 4페이지가 넘도록 끝나지 않는다. 소설 같지도 않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울프의 이 작품은 당시 대부분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때 뉴욕의 유력 출판사 스크리브너사의 유명 편집자 맥스 퍼킨스가 없었다면 작가 토마스 울프도 ‘천사여, 고향을 보라’도 세상에 없었을지 모른다.

영화 ‘지니어스’는 소설가와 ‘최초의 독자’라고 불리는 편집자의 내밀한 애증 관계를 그렸다. 울프(주드 로)는 퍼킨스(콜린 퍼스)를 만나게 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둘은 편집자와 작가를 넘어 ‘절친’이 된다. 그러나 울프가 성장하고 명성을 얻을수록 퍼킨스와 갈등하게 되고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퍼킨스의 조언대로 글과 제목이 고쳐지기도 하지만 그 글은 온전히 울프의 글이라고 믿는 건 울프가 아니라 오히려 퍼킨스였고 ‘내 글인가 퍼킨스의 글인가’로 괴로워하는 건 울프다. 퍼킨스가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어디까지 자신이 나서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 퍼킨스 없이 홀로 글을 쓰고 싶은 울프는 서서히 잊히고 있던 소설가 피츠제럴드(가이 피어스)를 찾아가 “퍼킨스가 자기를 불구자로 만들었다. 내 작품을 변형시켰다. 내 명성을 다 가로채 갔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자 피츠제럴드는 “모두가 자넬 외면할 때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다. 내려올 때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같이 해줄 사람이 맥스다”라는 자신의 경험이 담긴 조언으로 소설가와 편집자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100년 후에도 토마스 울프를 기억해줄 불멸의 글을 쓰고 싶어. 10년 후엔 잊히겠지”, “나는 지금은 괜찮은 한 문장이 절실해” 등 작가들의 글에 대한 고뇌가 담긴 대사는 물론이고 “수탉의 경쾌한 울음소리를 지나, 미소 짓는 천사의 조각상을 거치며, 신비한 기적을 마주하게 된다. 먼지투성이 세상 속 새로운 마술이 펼쳐진다. 매 순간이 4만 년 역사의 결실이다. 승리한 날들은 죽음의 고향으로 날아가고 모든 순간이 창가에 맺힌다” 등 울프 소설의 명문장과의 만남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문학적 즐거움이다. 또 ‘위대한 개츠비’의 원제가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였다는 등 뒷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13일 개봉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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