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선거 철만 되면 뽕을 맞은 듯 힘이 솟는다. 차 한대에 의지해 새벽부터 자정까지 수십 곳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다. 특히 전국을 돌아다니는 대선 주자들의 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그러니 대선 주자를 따라다니는 각 언론사의 ‘마크맨’들은 죽을 맛이다. 카카오톡의 마크맨방 참여자수는 문재인(182명), 안철수(204명) 홍준표(254명), 유승민(242명), 심상정(76명) 등 이다.(4월 12일 오전 10시 기준. 언론사 기자에 각 후보 캠프 관계자도 일부 포함된 수치) 대선 주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할까.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을 때, 그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알아봤다.
★맛집도 가고 유세도 하고=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방유세를 가면 시장의 상인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해당 지역이나 시장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수소문해 방문한다. 청주 육거리 시장을 방문한 지난 10일에는 점심으로 ‘쑥국’을 먹었다고 한다.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청국장’이다. 지방 유세에서 시장 방문을 가장 중시한다고 한다. 2시간 가량 머물며 상인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지지율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스킨십’을 통해 바닥민심부터 훑겠다는 전략이다.
식당에 들르기 어려울 때는 차 안에서 주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다. 차 안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캠프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공약 내지 메시지를 검토하면서 보낸다. ‘캔디’도 애호품 중 하나다. 잦은 연설로 쉬어버린 목을 관리하는데 최고다.
수면시간은 하루 3~4시간이라고 한다. 유 후보를 수행하는 이지현 대변인에게 유승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깜찍’(?)이다. 그는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는 데 실제로는 정말 다정하다.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밥 먹었는지 춥지는 않은지 살뜰하게 챙긴다. 술도 잘 마시고 담배도 핀다. 어찌 보면 깜찍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해 대구경북(TK)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은 ‘욕’도 많이 먹는다. 유승민은 이 대변인에게 “평생 욕먹어왔다. 이 정도는 아무도 아니다. 다 품어야 한다. 이해한다”며 캠프 관계자들을 독려한다고 한다.
★안철수의 차량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차량에는 ‘전등’이 설치돼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각종 메시지 및 공약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피곤해도 차량 안에서 ‘쪽잠’이라도 청하는 법이 없다. 양순필 부대변인은 “안 후보는 ‘차에서는 잠이 안온다’고 한다.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이동하는 게 습관이 돼 있어서 그런지 쉬는 법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안 후보는 밤 11시 전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게 생활 패턴”이라며 “대선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수면시간이 더 줄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소식‘파다. 샐러드, 우유, 요구르트, 주스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다. 샌드위치, 김밥도 주 메뉴다.
최근 연설스타일을 중저음의 굵은 목소리로 바꾸면서 ‘목’에 무리가 갈 법도 한데, 특별한 관리비법은 없다고 한다. 양 부대변인은 “목이 아닌 배로 연설한다. 복식호흡하듯이. 배나 허리 힘으로 발성을 하면 목에 무리가 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경록 대변인이 주로 함께 다니며 일정에 따라서는 수행자가 바뀌거나 추가되기도 한다.
양 부대변인은 안 후보에 대해 “멘탈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길 때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내색을 안 했습니다. 표정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독선적‘이라는 외부 평가에 대해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보니 그런 시선이 있는 게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달리 IT분야는 창의성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만두 질린다. 김밥 달라”=유일한 여성 ‘심블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카니발 차량 안에는 휴대용 프린터가 비치돼 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인터뷰 자료와 공약, 메시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식사는 떡, 식빵, 도넛 등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고 간단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심 후보 비서실의 최윤석 차장은 “점심 식사로 만두를 많이 갖다 드렸는데, ‘어느 날 만두는 질린다. 김밥으로 바꿔달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심 후보는 여자 ‘칸트’다. 칸트는 성당의 시계보다도 더 규칙적으로 하루를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홍차를 마시며 일과를 시작하고, 7시에 강의를 하며, 9시에는 집필을 했다. 칸트를 보면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심 후보도 비슷하다. 예외 없이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샤워를 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최 차장은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러시아워에 걸려 출근이 늦어지다 보니, 아예 출근한 뒤 샤워를 한다”고 말했다. 퇴근은 자정이다. 화장이나 머리손질은 스스로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이다. 최 차장은 “흔들리는 차안에서도 화장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했다. 최 차장과 함께 박시동 부대변인도 심 후보와 자주 동행한다.
★한식 좋아하는 문재인 =문 후보도 다른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에서 ‘쪽잠’을 자며 각종 자료를 검토한다고 한다. 식사는 한식을 좋아하며 아픈 목을 달래기 위해 사탕은 필수품이다. 김경수 수행대변인, 문 후보를 오래 보좌해온 김재중·김하림씨가 자주 동행한다. 문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당시 언론에 배포한 ’59문59답‘에서 하루 수면시간은 7시간,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회와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음식에 비유한다면’이라는 질문에는 ‘고구마’라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김능현기자 김기혁기자 빈난새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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