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과 한국연구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기초연구 관련 설문조사에서 국내 대학 소속의 한 박사후연구원은 이처럼 기초연구 분야의 각박한 현실을 장문의 답변을 통해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다음달 치르는 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들어설 차기 정부가 과학 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과학 연구자의 처우 개선과 관련해 대학원생의 장학금 확대 또는 연구원 인건비 증액 등의 조처는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수의 응답자는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연구기관 소속의 한 연구자는 “더 많은 학생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석·박사 출신의 취업난을 해결하는 방안을 차기 정부에서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기초연구를 지원할 때 단기적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여러 응답자가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 국가가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을 묻자 과학 연구자의 79.8%는 ‘지속적인 지원 확대’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기초연구과제 지원기간이 대부분 3년 미만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1년의 추가 연장 기회를 주거나 아예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길환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기초연구 분야는 단기간의 투자 확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고 지식의 축적에 따라 서서히 질적 성과가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초연구 주제의 다양성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도 눈에 띄었다. 한 설문조사 응답자는 “과학은 올림픽과 달리 국가대표와 같은 엘리트 연구자를 선발, 육성하는 것보다 다양한 주제로 자신만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며 “아주 작은 분야라도 ‘나만의 연구’를 자유롭게 하는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학문의 융합연구를 시도하는 과학 연구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밖에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에서 과학기술 분야 정책 기능을 떼어내 독립부처(과학기술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과학기술부 부활을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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