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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 2년째 수주 ‘0’ … ‘빅3’에 치여 중소 조선사 폐업 수순

[성동조선으로 본 중소 조선사 현실은]

STX조선도 내년 1월 일감 끊겨

정부 "추가지원 없다" 입장 천명

전문가 "일률적 잣대 능사는 아냐"

시황 개선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을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 문턱에서 기사회생하면서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큰 고비를 넘겼다. 대우조선은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 받아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관심이 온통 ‘빅3’에 쏠린 사이 중소 조선소들은 ‘시한부 생존’의 끝자락에 내몰렸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 조선사들은 사실상 폐업했거나 간판을 내리기 일보 직전이다.

관심은 이제 경남 통영에 조선소를 둔 성동조선해양에 쏠리고 있다. 성동조선은 STX조선해양과 함께 빅3 조선소를 뒷받침하며 ‘조선 강국 코리아’ 위상에 기여했던 조선소다. 그랬던 성동조선의 4월 현재 수주 잔량은 불과 16척. 오는 10월 말 유럽 선주사에 11만3,000톤급 탱커선을 인도하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난다.

2010년 자율협약(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가면서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2015년 이후 신규 수주가 전무하다. 한때 수주 잔량 세계 10위권이었던 조선소지만 이제는 일감이 바닥을 보이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선박을 건조하는 야드도 3곳 가운데 2번 한 곳만 운영되고 있다. 3번 야드는 최근 현대산업개발에 1,107억원에 팔기로 했고 1번 야드는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말 530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지금은 1,460명(직영 인력 기준)만 남았다. 일감이 줄어듦에 따라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회사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감이 없으면 문을 닫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중인 STX조선 역시 신규 수주가 꽉 막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STX조선은 내년 1월이면 인도가 끝난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몇 차례 매각이 시도되기는 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 사천에 있는 SPP조선은 2월 마지막 선박을 발주처에 인도해 사실상 폐업했다. 현재는 10여명의 관리 인력만 남아 있다.



중소 조선사들이 ‘고사(枯死)’ 직전이지만 정부는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8일 “중소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추가 조치할 게 없을 정도로 윤곽이 잡혀 있다”면서 “많은 기업이 정리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철저히 자구노력을 통해 부족 자금을 조달하고 어려울 경우에는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형 탱커와 컨테이너선·벌크선은 중국 등과의 기술 격차가 미미하고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수주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동조선의 일감이 10월이면 바닥이 나는 만큼 하반기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다만 “10% 이하로 이익이 나는 수주에 대해서는 허용을 해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성동조선과 같은 중소 조선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민간 자본을 통한 사업 재편밖에 없다. 정부는 국책은행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조정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민간 자본인 사모펀드(PEF)를 구조조정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약 2조원(정책금융 1조원·민간 1조원)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성동조선의 운명도 결국 PEF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 펀드가 조성된 후 초기에는 덩치 큰 대기업을 수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펀드를 운용할 PEF들이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감이 떨어진 중소 조선소들에 일률적으로 잣대를 들이대 지원을 끊어 없애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소 조선소들이 특화된 조선소로 살아남아 시황이 개선됐을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영·구경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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