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휴대폰을 바꾸거나 이동통신사를 변경할 때 물리적으로 유심(USIM)을 갈아 끼울 필요가 없게 될 전망이다. 유심에 담긴 정보를 휴대폰 소프트웨어 자체에 심어 설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이통사를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심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이통사, 휴대폰 제조사 등은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심(e-SIM) 활용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이통 3사, 제조 2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유심은 무선 통신 회선 가입자들의 식별 정보를 담고 있는 IC카드다. 일종의 ‘모바일용 신분증’으로 개인 식별 정보를 포함해 주소록, 금융 정보와 같은 개인 정보가 저장돼 있다. 잠금(lock) 기능 때문에 단말기에서 특정 네트워크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어 이동통신사를 바꿀 땐 인증 정보 수정을 위해 유심 자체를 교체해야 했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심은 유심에 저장된 인증 정보를 전자화 해 기기에 탑재하는 형태다. 원격으로 정보를 수정할 수 있어 다른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택하기 쉬워진다. 이통서비스 가입, 개통, 해지를 할 때도 유심을 바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미 지난 2015년 글로벌 이통사들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각각 기어S2와 LTE 아이패드에 자체 개발한 이심을 내장해 출시한 바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심은 해외 주요 통신사나 제조사들이 이미 논의를 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연구반을 통해 세계적인 시장 흐름을 살펴보고, 우리나라도 전체적인 글로벌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의 유심 구매 비용 절감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래부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작년 6월까지 유심 판매로만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추산 구매원가가 3,000~4,000원임을 감안하면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미래부는 이통3사에 유심 판매가격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심은 개인정보 등 예민한 내용을 무선으로 옮기고 제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부터 확실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통사들이 유심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심 도입에 찬성할 지는 미지수”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번 연구반과는 별도로 이심 활용에 대한 내용을 연구하는 정책연구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4일 연구과제 공고를 마감하고, 평가위원회 회의를 거쳐 5월 중순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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