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와 서방의 제재 등 이중고에 시달려온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북극 자원개발 등 신규 오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래 미국 등 서방국가로부터 석유 및 에너지 투자가 금지된 상태지만 지난해 말 유가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미국이 오일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러시아 내부의 분위기도 반전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기업들은 북극 자원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북극 대륙붕 개발에 1,000억루블(약 1조9,88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이어 로스네프트는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투자 규모를 2.5배 키워 2,500억루블(약 4조9,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고르 세신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서방국가의 제재가 풀리지 않더라도 원유개발 작업을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역시 올해 북극 프로젝트에 160억루블(약 3,224억원) 상당을 투자할 계획이다.
러시아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러시아 정부가 북극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석유 증산을 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북극 투자 잠재력은 향후 20년간 4,000억~6,000억달러나 된다. 이로 인해 현재 러시아 기업들은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베트남 등과 북극 지역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강화를 타진하고 있다. 미국이 오일 생산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마저 신규 투자를 마무리해 생산량을 늘릴 경우 국제유가는 더욱 큰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이 미국 정부에 예외적으로 러시아에서의 원유 채굴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해 관심을 모은다. 앞서 로스네프트와 채굴 협약을 맺었던 엑손모빌은 2014년 제재 시작 이후 10억달러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펜하이머앤드코의 파델 게히트 에너지 담당 에널리스트는 “엑손모빌의 초기 러시아 투자비용은 32억달러였지만 제재가 해제되면 향후 4~5년간 수십억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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