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요즘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오르니 문재인 후보가 웃고 있다”며 자신으로의 보수 표심 결집을 유도하는 이른바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심리를 자극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요즘 홍준표 후보가 뜨는 것을 보고 웃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지지자들은 “문재인”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요즘 홍 후보는 문 후보 지지자들에게 박수받고 다니고, 민주당은 홍 후보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며 “안철수를 찍어야 계파 패권주의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한자릿수 대 격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안 후보를 문재인의 대항마로 삼았던 보수층이 홍 후보에게 돌아간 결과다. 실제로 이날 CBS노컷뉴스·리얼미터가 지난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에서 안 후보(25.5%)와 홍 후보(22.9%)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전주보다 지지율이 6.8%포인트를 감소한 반면 홍 후보는 4.2%포인트 상승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안 후보는 떠나고 있는 보수 표심을 되찾기 위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집권을 저지할 대항마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북한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튼튼한 자강안보를 외치는 저 안철수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안보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쳤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오만’과 ‘불통’을 지적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얘기한다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호통치는 후보, 오만하지 않느냐”며 지난 25일 TV토론에서 문 후보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아들 취업비리 의혹 물어보면 ‘됐다, 그만하라’며 말 자르는 태도는 불통이 아니냐”고 거듭 지적했다.
안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집권하면 탄핵 반대세력과 계파 패권세력을 제외한 국민 대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대통합정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한 뒤 통합내각 구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곧 구체적인 로드맵도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북지역 공약으로 △동해안 그린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미래이동통신기반 스마트기기 융합밸리 조성 △포항 제4세대 가속기 중심 첨단 의료산업 육성 △민관 공동 원전안전센터 설치 △경주 중심 역사문화벨트 조성 등을 발표했다. 그는 또 “저희 집안의 뿌리가 경북 영주”라며 친근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경주·대구=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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