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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HOME’...O2O로 스마트하게 나눠서 산다

취업난·집값에 지친 청년들

'취미·공유·모바일' 매개로

독창적 주거 문화 형성 나서

발품 대신 O2O로 집 구하고

셰어하우스서 '따로 또 같이'

스마트가전 직접 제작하기도







# 서울로 출근하는 정주하(29)씨는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단독주택을 하나 빌려 셰어하우스로 살고 있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가 직장에서 더 가깝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딸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결혼과 직장 문제로 잔소리를 쏟아놓는 부모보다는 퇴근 후 친구들과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지금의 정씨에게는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 주희정(34)씨는 최근 억울한 일을 겪을 뻔했다. 결혼을 앞두고 4억원을 내고 매매계약을 한 아파트 집주인의 세금 미납으로 자신이 구매한 집에 압류 예정 등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택거래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을 구매해놓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앱이 제공하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 덕에 등기 변동 상황을 실시간 확인, 사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18~35세)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의 취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전 세대와 달리 소유보다는 공유에 높은 가치를 둔다. 모바일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세대지만 높은 집값으로 인해 경제적 독립과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주거문화는 한마디로 ‘청년의,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주거’로 정의할 수 있다.

◇발품은 옛말, O2O로 진화한 ‘우리 집 구하기’

지난 2015년 한국인의 재산 가운데 실물자산의 비중은 73.5%다. 이 실물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그중에서도 집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은 집을 구할 때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팔던 기존 세대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는다. 다양한 온라인 연계 오프라인(O2O) 서비스를 활용해 앉은 자리에서 각종 정보를 얻고 풍부한 정보력을 무기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집을 구입한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해 회원 수 22만명, 부동산 앱 중 월간사용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호갱노노’는 처음 진입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고객을 지칭)’이 될까 두려워하는 청년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이 회사는 청년들의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덕분에 이용자 중 30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동산 관련 법 지식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등록해놓으면 매입가 대비 수익률 현황과 등기부 등본 정보변경 등을 알림 서비스로 확인할 수 있는 ‘우리 집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 거주자의 경우 가장 우려하는 근저당권 설정 등의 변동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33%였던 월세 비중이 2015년에는 43.2%로 늘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셋방살이, 더구나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세입자의 몫이다. 한 푼이 아까운 청년들에게는 적잖은 금액이다. ‘집토스’는 수수료 없는 중개 서비스를 선보여 화제를 낳고 있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자신이 대학을 진학한 후 자취방을 구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살려 중개 수수료 없이 건물주와 자취방을 연결하는 서비스에 나섰다. 집주인에게 직접 매물(자취방) 정보를 확인해 앱을 통해 올리고 세입자들이 남기는 후기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원하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부동산 전용 앱에 힘입어 O2O 서비스는 청년들이 거주공간을 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분석 업체 부동산인포가 최근 부동산 정보수집 경험이 있는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 정보를 얻을 때 앱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52.7%에 달했다. 3년 전 같은 조사에서 26.6%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배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1인 가구 중 앱을 이용해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는 이용자가 77.8%에 달했다.







◇‘청년을 위한’ 스마트홈 ‘만능 리모컨’이 되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8조5,677억원 규모였던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오는 2018년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와 이동통신 3사도 앞다퉈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주체는 2030세대가 창업한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자신의 경험에 비춰 대기업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로켓뷰’는 다양한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라이콘’을 내놓으며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의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만든 라이콘은 카메라 화면을 켠 채 TV를 비추면 직접 채널을 돌리거나 볼륨을 키울 수 있다. 직접 제어할 수 없는 공기청정기 역시 앱으로 연동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가전제품이 늘면서 여러 대의 리모컨을 둘 필요 없이 하나의 앱으로 모든 가전제품을 작동시킬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이 탄생한 셈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기 제어가 익숙한 2030 청년들에게 딱 맞는, 말 그대로 ‘청년을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인 셈이다.

이미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기업과 손잡고 ‘청년을 위한 집’을 구현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노범준 대표를 주축으로 의기투합해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비트파인더’는 스마트 공기측정기 ‘어웨어(AWAIR)’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홈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협력하고 있다. ‘알다(AWARE)’와 ‘공기(AIR)’의 합성어인 어웨어는 온도·습도·이산화탄소·화학물질·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SK텔레콤의 스마트홈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한다.

7월부터는 단순 측정이나 분석을 넘어 어웨어는 물론 다른 가전제품과 연동해 실내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노 대표는 “여러 개의 리모컨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운 청년 세대를 타깃으로 앱 하나로 여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전용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개발자 자신이 이런 니즈를 갖고 있는 소비자이기도 한 만큼 스스로 스마트홈을 위한 해답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따로 또 같이’를 구현한 ‘청년에 의한’ 셰어하우스

자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1인 가구는 자연스러운 주거 방식이다. 전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7.2%, 이 중 2030세대의 비중은 34.6%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나홀로족’을 자처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생활하는 게 편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와의 친밀한 관계도 추구한다. 이 같은 청년의 수요를 겨냥한 것이 셰어하우스다. 청년들이 말하는 셰어하우스는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미와 생각을 공유하는 하우스메이트와 함께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셰어하우스 ‘디웰’은 사회 혁신가들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스를 표방하는 코리빙하우스다. 성수동 1가에 자리한 디웰하우스 1·2호점은 각각 최대 14명과 9명이 생활할 수 있다. 각자 1인 1실 혹은 2인 1실의 침실을 선택해 들어갈 수 있으며 거실과 부엌·화장실 등의 공간을 함께 쓰며 일상을 공유한다. 가격은 최대 43만원이다. 디웰하우스는 단순히 주거 공간의 확보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종사 중인 입주자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혼자 끼니를 때우기보다는 거실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기획자가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구하고 개발자와 유통업자가 밤새 토론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시킨다.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도 있다. ‘에이블하우스’는 서울 시내 18곳의 아파트를 빌려 같은 대학 학생들이 주거하는 민간 기숙사로 제공한다. 한 아파트에 3~4명인데 정기 청소 서비스가 제공되고 하우스마다 매니저가 있어 주거 환경이 원룸보다 쾌적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원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같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년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셰어하우스 사업에 나서는 주체 역시 청년들이다. 디웰을 기획한 루트임팩트의 공동설립자 정경선 대표와 허재형 대표는 30대 초중반으로 셰어하우스의 주된 소비층에 속해 있고 에이블하우스를 내놓은 코티에이블 직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36세로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청년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셰어하우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 전국에 57곳에 불과했던 셰어하우스는 지난해에는 566곳으로 늘었다. 이 서비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청년들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에이블하우스를 운영하는 안혜린 코티에이블 대표는 “외국인 대학생 비중을 높이고 스마트폰 앱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셰어하우스를 국경을 넘는 글로벌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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