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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문제는 정치다<1>] 역대 정부, 민간기업 인사·경영에도 '감놔라 배놔라'

포스코 회장 인사 등 잇단 개입

취업청탁·일감배정 요구도

"정치권, 민간기업 경영간섭땐

범죄행위로 정의, 처벌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09년 1월, 당시 포스코를 이끌던 이구택 회장은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2005년 포스코가 1,700억원을 세금을 추징받고도 세무 당국에 로비를 해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대구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전 회장의 사의 표명 직후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후임 회장으로 결정됐다.

두 달여가 지난 그해 4월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밝혀진 사건의 전모는 이랬다.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에 성공해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포스코의 인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한 셈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민간기업의 인사와 경영에도 개입해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부터 완전 민간기업까지 인사와 채용 청탁, 광고와 일감 배정 등을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금융사는 정치권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오너 없는 민간기업 KT도 정치권의 입김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9년 KT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남중수 전 사장의 빈자리를 이석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채웠다. 이 고문은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KT는 정관까지 바꿔가며 사장 선임을 하는 무리수를 뒀다. 2010년에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KT 전무로 내려왔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CJ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기업 사장 옷을 벗게 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진땀을 뺀 적이 있다”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해 이런저런 핑계로 일을 끌었더니 결국 사정기관을 동원하더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채용 청탁도 수시로 벌어진다.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고문 자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3년 안팎의 기간 동안 월급과 차량·사무실 등을 제공받는다. 사실상 노후대비용이다. 지금은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농심에 비상임 법률고문으로 취업했다.

신입사원 채용 청탁도 대표적인 정치권 민원 가운데 하나다. 지인이나 선후배, 지역구의 유력인사 자녀 취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자리 하나 만들어달라는 식의 요구가 많은데 큰 계열사는 세간의 관심이 많다 보니 자회사나 손자회사 등에 꽂아주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어려운 것이 신입사원 채용인데 겉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쪽에서 연락이 오면 어떤 식으로든 배려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미소금융·창조경제처럼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준조세’ 관행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미르재단과 K재단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사태다.

금융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1,000명 이상의 낙하산이 금융사에 내려왔는데 이 중 7.1%는 정치권 출신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납품업무를 비롯해 광고와 협찬까지 정치권과 청와대에서 부탁해온다”며 “은행이나 대기업 납품 건만 하나 따내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고 다른 곳에 납품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과거 정부가 경제계획을 해놓고 사업을 나눠주면 기업이 명령을 따르던 관행 때문”이라며 “하나의 범죄행위라고 정의가 돼야 앞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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