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와 팍팍해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최근 들어 정기적금의 잔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4조1,5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1조4,74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농협, 수협,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포함된다.
이 같은 잔액은 지난 2013년 3월 33조8,091억원을 기록한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 2013년 12월 38조5,93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래 이듬해 2014년부터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띄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5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지난 2월에만 7,376억원 감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기적금 감소가 경제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가계부채 등으로 서민의 삶이 불안한 것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고객들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지난해 말 45.3%로, 2015년 말(42.4%)보다 2.9%p 증가했다.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전체 해지 건수 가운데 만기 이전에 중도해지한 건수 비중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하도 정기적금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 3월 정기적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59%로 1년 전보다 0.2%p 내렸다. 다른 저축성 예금인 정기예금 금리(연 1.45%)와 차이는 0.14%p에 불과하다.
정기적금과 달리 정기예금의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593조4,494억원으로 1년 사이 3.3%(18조7,516억원) 증가했다. 여유 자금이 많은 자산가의 거액 정기예금 계좌가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기예금의 금리가 정기적금과 달리 1년 사이 0.09%p 하락에 그치는 것도 인기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가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돈을 정기적금보다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경향이 있는 같다”며 “서민층이 적금까지 깰 정도로 어려워진 상황도 정기적금 감소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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