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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제' 강화 땐 기업부담 눈덩이...고용 축소·공장 해외이전 초래할수도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 75%까지 올린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크게 두 개다. 정부의 정책을 곧바로 반영시킬 수 있는 공공 부문은 비정규직을 아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는 게 첫 번째다. 민간 부문은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대안으로 제시한 게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대 75%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은 정규직의 80%까지 비정규직이 받고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벅차기 때문에 최대 75%로 목표를 정했다. 현재 수준(65%)보다는 10%포인트 높은데 현실화하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1년에 평균 260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하겠느냐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비정규직 차별 등을 해소하는 것은 유도하되 강제적인 방법을 쓸 수는 없다”면서 “대신 불합리한 것은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우선 꼽는 게 ‘차별시정제도’ 강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도입된 차별시정제도는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같은 사업장 내 동종·유사업무를 하는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을 경우 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시정을 신청하면 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차별 여부를 판단해 해결하는 식이다. 제도를 도입한 이듬해인 2008년에는 신청 건수가 1,966건에 달했다. 하지만 그 뒤부터 뚝 떨어졌다. 실효성이 없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차별을 해소하려면 노동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불이익을 두려워해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차별시정이 128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전부시정 판정이 나온 건수는 8건으로 전체의 6.25%에 불과했다. 일부시정까지 합쳐도 35건(27.3%)이다.

결국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정부여당은 동종·유사업무를 폭넓게 해석해 차별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차별 시정 신청 주체를 노동조합 등으로 넓히는 것도 검토한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임금 차이를 줄이기 위해 더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검토는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비정규직 사용사유의 제한이 대표적이다. 상시·지속적인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민간이라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상한비율을 제시하게 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도 있다. 다만 이런 대책은 상당 부분 민간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과 비정규직 관리 목표는 추후 청와대와 협의,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너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이 오르고 정규직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경직성 비용 부담이 커지면 결국 기업들은 고용 자체를 줄이거나 생산설비의 자동화, 사업지의 해외이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정규직 대책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대책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비정규직이 제대로 보호를 못 받는 문제뿐 아니라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과보호를 받는다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환경과 정규직의 임금·고용 경직성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문제를 함께 풀어야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진정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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