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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비용급증에 자회사 설립 꼼수...理想 치우친 정책에 노동체계 흔들

목소리 커지는 노동계 <중>

노동계 곳곳 완전한 정규직 전환 요구에 기업 허둥지둥

규제완화로 일자리 늘린 독일 '하르츠 플랜' 교훈 필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노동계는 물론 기업들까지도 향후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벌써부터 완전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기업들은 명확한 정책 방향이 없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까지 종합선물세트식으로 한꺼번에 변화가 시작될 경우 국가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정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정규직, 어디까지 정규직화해야 하나=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비정규직 개념에 있다. 국내법에서는 따로 비정규직 정의가 없다. 경총에 따르면 계약직·임시직·파트타임·파견직 등을 통칭해 비정규직이라 부른다. 정규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인 셈이다. 그런데 이 역시도 모호하다. 예를 들어 A 제조업체의 B하청(도급) 업체 소속 직원은 A 제조업체 직원과 비교하면 비정규직이지만 B 하청업체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 직원이다. 파견근로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비정규직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정부가 막연히 ‘비정규직 제로’를 언급하면서 어디까지 정규직화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서는 현재 근무 중인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겠지만 앞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좀 억울하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또 정규직으로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 역시 “차라리 비정규직으로 먼저 입사를 할 걸”이라는 후회 섞인 댓글도 있었다.

◇“자회사 설치로 도로 파견직 될 수도”=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부처 산하 332곳 등 공공기관 355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42만9,402명인데 이 중 비정규직은 3만7,411명이다. 여기에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8만3,328명)까지 포함하면 10만명이 넘는 사람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중 학교 비정규직은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교육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6년 기준 9만935명으로 이 중 기간제 교사와 국립대 시간강사도 5만7,000명에 달한다. 임금 근로자 중에서는 전체의 32%인 615만6,000여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다. 이를 모두 정규직화할 때 드는 비용은 전문기관들도 제대로 산정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고 일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후 자회사를 청산하는 방식의 꼼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청소용역 파견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해당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취지인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맞지 않고 도로 간접고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선진국의 흐름과도 반대된다는 비판도 크다. 청년실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다양한 일자리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독일 ‘하르츠 플랜’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독일은 2002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소규모 소득의 일자리(미니잡) 창출 등을 진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은 2002년 하르츠 플랜을 결정한 후 1~4단계가 추진된 2005년 실업률이 11.2%에서 2016년 4.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65.6%에서 74.7%까지 상승했다. 일본 역시 비정규직과 같은 소규모 일자리를 대폭 늘려 고용의 다양성을 보장한 바 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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