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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시동거는 文정부] 4대그룹 정조준..."김상조 변했다는데" 기업들 불안속 주시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내정>

재벌 묶어서 규제...현행체계서 법 집행력 높여

논란 많은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신중할 듯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는 국내 재벌개혁의 최전선에 있었던 전문가이자 시민운동가다. ‘재벌개혁 전도사’ ‘삼성 저격수’ 등의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얼굴을 알렸다.

김 내정자는 금융이 전공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 없이 한국 경제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재벌개혁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재벌개혁 시민운동의 효시인 참여연대의 ‘재벌개혁감시단’도 그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후 그가 이끄는 재벌개혁감시단은 삼성의 에버랜드 편법상속 문제, 증권집단소송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문제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 있었다. 올 3월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광두 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김호기 부위원장(연세대 교수)과 함께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던 것도 이런 그의 경력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지명을 놓고 나오는 재계의 반응엔 우려와 기대감이 섞여 있다. 급진적 개혁 성향을 띠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기존 법·제도 틀 안에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등을 계기로 김 내정자가 재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김 내정자는 강경 개혁론자와 경제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보수화됐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 내정자의 지명을 두고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법과 규제를 만드는 것 그 자체로 재벌개혁 의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개혁은 기존의 틀 안에서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포석은 공정위 조사국 부활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내정자는 대선 기간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당시에는 재벌의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위한 조사국이 있었는데 지금의 인원은 1개 과 정도로 축소됐다”며 “이 때문에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새로 도입됐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7년에 탄생한 공정위 조사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2005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까지 대기업 등의 부당 내부거래액 31조7,000억원을 가려내 과징금 3,700억원을 부과했다.

김 내정자는 또 법을 바꿔 새 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현행법의 집행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최근 “(법을 바꾸는 것은)시간이 걸리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재벌의)경제력 집중은 국민연금과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고 현행법을 엄정하게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법(가칭)’ 제정 여부도 관건이다. 김 내정자는 2012년 대선 당시 각 당 후보들에게 상법과 세법, 금융 관련 법안 등을 아우르는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재벌을 묶어서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통해 현행법 체계의 집행력을 높이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정거래법의 과잉규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김 내정자의 평소 지론이다. 재벌개혁의 타깃은 4대 그룹 등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위 4대 그룹의 자산이 30대 그룹 자산의 절반이다. 10대 그룹 아래는 버티기 급급하거나 부실 징후까지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억지로 성장의 과실을 나누게 한다고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수습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있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 관련 김 내정자는 “공정위가 고발권만 독점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민원 단계에서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을 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이런 전체 체계를 다시 생각하면서 그것 중 하나로 전속고발권을 어떻게 할지를 접근해야 한다”며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김 내정자는 또 과징금 수준을 현행보다 높여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업지배구조의 개혁 방향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의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모범규준) 도입 등이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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